경제
원가절감
돌체김
2008. 2. 29. 11:11
"원가 절감의 열쇠는 화이트칼라가 쥐고있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円高)와 1990년대 불황기를 거치면서 더 탄탄해졌다. 도요타가 대표적인 예다. 그 비결은 원가 절감이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 기업들의 원가 절감 타깃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생산 현장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화이트칼라 즉 기획·설계·연구개발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생산 현장 중심의 원가 절감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쏟아지는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제조업의 경우 원가의 80%가 기획·연구개발 단계에서 결정된다. 다시 말하면 제조 현장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제조 원가의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원가 절감의 최첨단 노하우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초청으로 방한한, 원가 절감 대가 사쿠라이 후미타즈(櫻井文達) 씨에게 들어보았다. 그는 지난 30년간 야마시타전기, 오다큐철도, 간사이전력 등에서 원가 절감 컨설팅을 해왔으며, 현재 일본 대형 컨설팅회사 젬코(JEMCO)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원가 절감의 출발은 숨어 있는 '잠재 비용(hidden cost)'을 찾아내 이를 계량화하고 그 규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 비용은 도처에 널려 있다. 간부 책상 위에서 잠자고 있는 보고서, 무의미한 대책회의, 불량품이 야기한 소비자 불만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기업 컨설팅 경험을 통해 느낀 점도 털어놨다. 그는 "일본 기업과 비교한다면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서로 긴밀한 공조체제를 이루지 못한 것이 한국 기업의 최대 약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평생을 원가 절감에 종사한 컨설턴트답게 인터뷰 시간인 오전 9시 정각에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원가 절감이라고 하면 막연하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화이트칼라 원가 절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인력 배치를 효율화하는 등 직접 코스트를 줄이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화이트칼라 업무결과로 인한 '기회 손실'코스트의 절감이다. 화이트칼라에 의해 신제품 출시 계획과 개발작업이 진행되므로 이 작업이 효율적이지 못하면 생산 현장에서 손실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기획 단계에서 신제품 수요 예측에 실패해서 생산 현장에서 과잉 생산하는 경우다. 그게 바로 기회 손실 코스트다. 기업은 기회 손실 코스트를 제로(0)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두 가지 원가 절감 과정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 비용'을 끄집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잠재 비용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샐러리맨들은 기업의 인건비를 자기 봉급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에서 부담하는 인건비는 봉급의 1.7~2배 수준이다. 일본 대기업 기준으로 보면 시간당 1만엔 정도로 본다. 도요타가 원가 절감으로 유명한데, 이 회사는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부품을 가지러 갈 때 한 걸음을 움직여야 할 것을 두 걸음, 세 걸음을 움직이면 낭비라고 본다. 작업자의 움직임까지 봐야 하는 것이다.
불량품도 잠재비용이다. 흔히 10만개 중에 불량이 100개 나왔다면 불량품 100개만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불량품 100개 나오기까지 쏟았던 제조 과정, 기계의 감가상각, 인건비, 고객 불만까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 이를 '뒤처리 비용'이라고 한다. 여태까지 기업들이 방치한 채 몰랐던 비용이다. 미쓰비시 전기가 뒤처리 비용을 추적해보니 6개월간 680억 엔이란 숫자가 나왔다."
―샐러리맨들은 자기 업무에 따르는 진정한 비용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후지은행(현재 미즈호은행)을 컨설팅 한 적이 있는데, 지점에 가봤더니 본점에서 요구하는 서류 작성에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었다. 지점은 소비자와 접촉해서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본점의 서류 작성 요구로 인해 지점 직원들이 서류 한 건당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이 은행 지점에서 본점으로 서류를 올릴 때 서류면 머리에다 서류 작성에 든 시간 비용을 표시하도록 했다. 서류 작성자가 판단하기에 그 시간이 10만엔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바로 10만엔짜리 서류인 것이다. 본점 스태프가 무심코 서류를 요구하다가 표시된 비용을 보고 나서는 서류 요구를 줄이게 됐다. 그런 식으로 했더니 지점의 서류 작성 부담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일본 기업들의 원가 절감 노력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나?
"이젠 단순히 가격만 싸다고 해서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19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박리다매(薄利多賣)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 소비자들은 이제 싼 물건이 아니라 좋은 물건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0년을 전후로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이 일본으로 돌아왔다. 물론 일본에서 생산하면 해외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해외에서 생산할 경우 품질 저하에 따른 고객 불만, 브랜드 손실 등 잠재 비용이 늘어난다. 결국 일본 내 생산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특유의 혼을 담은 상품 만들기를 일컫는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 범위도 넓어졌다. 예전엔 제조업의 생산 현장만을 의미했으나 최근엔 생산·개발·구매·마케팅·판매·서비스·폐기물처리 과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요즘 일본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가장 최근의 이슈는 전후(戰後)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퇴장이다. 일본 기업들은 고도 성장을 일군 이 세대의 지혜를 다음 세대로 제대로 인수인계 하는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단카이 세대 인수 인계가 원가 절감과 어떻게 연결되나?
"(웃으며) 이들 세대들이 한꺼번에 퇴장한다고 보자. 업무 매뉴얼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걸로 인수인계 작업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 그것 외에도 배워야 할 것은 많다. 후배들은 나중에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안 적어놨냐'고 원망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선배들은 '너무 당연해서 문서화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대간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수인계도 원가 절감 활동의 중요한 일부가 되는 것이다.
(잠시 생각한 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 공장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그 배경을 분석해보면 작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절차에 대해 주의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매뉴얼에는 없는 내용들이다. 기업들마다 그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에 할당 식의 가격 인하를 통해 원가 절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원가 절감 과정에 협력업체를 어떻게 동참시킬 수 있나?
"우리가 흔히 자동차회사라고 부르지만 따지고 보면 실제로 자동차를 제조하는 게 아니라 부품을 사 모아 조립하는 회사다. 진정한 제조사는 기술력 있는 부품 메이커들인 것이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협력업체와 기술을 공유한다. 함께 기술 개발을 하고 공동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다. 개인적으로 이게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본다."
―한국 기업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것 같다. 한국 기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한국 기업에 대한 컨설팅 경험이 꽤 있다. 기술력 있다고 평가 받는 한국의 한 중소기업을 컨설팅 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이 회사 사장이 '우리 회사 제품을 납품 받는 대기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어렵게 원가 절감을 해서 납품 가격을 내렸는데도 대기업이 구매량을 늘려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렇다고 품질을 올리길 바라는 건지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대기업의 경영 방침과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셈이다. 대기업은 협력업체와 호흡을 함께 해야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의 화이트칼라 생산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화이트칼라를 뜻하는 스태프 조직 규모에 관한 한, 유럽·미국 회사들은 일본이나 한국 기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요즘 일본 기업들도 이를 깨닫고 많이 축소했지만 아직도 업무 스피드가 늦다. 그런 의미에서 화이트칼라 업무 개혁은 필수다.
그런데 한국 기업을 컨설팅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기업들은 경영 성과가 좋지 않으면 스태프를 정리해고 하는 데만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문제는 하던 업무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이 기존 일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잔업이 늘어나고 개인별 업무량도 증가해서 힘들어진다.
진짜로 사무 생산성을 높이려면 업무를 재조정해야 한다. 정말로 필요한 일만 하자는 소리다. 사람 수만 줄여서는 경영 성과를 높일 수 없다."
―화이트칼라들은 회의를 많이 한다. 회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임원의 근무 시간 중 4분의 1이 회의인 회사도 봤다. 회의를 하다 보면 회의 목적에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문제점에 대한 회의를 하면 책임을 어딘가에 전가하는 것이 회의의 목적인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회의의 진정한 목적은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인데, 실제로 회의를 할 때 그 자리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는 적다.
그래도 최근 일과 시간이 끝난 후 회의를 하는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루 일과를 다보고 오후 5시부터 회의를 하는 일본 회사가 있다. 또 모든 일을 다 진행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때 회의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최근 일본 기업들의 원가 절감 타깃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생산 현장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화이트칼라 즉 기획·설계·연구개발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생산 현장 중심의 원가 절감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쏟아지는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제조업의 경우 원가의 80%가 기획·연구개발 단계에서 결정된다. 다시 말하면 제조 현장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제조 원가의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원가 절감의 최첨단 노하우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초청으로 방한한, 원가 절감 대가 사쿠라이 후미타즈(櫻井文達) 씨에게 들어보았다. 그는 지난 30년간 야마시타전기, 오다큐철도, 간사이전력 등에서 원가 절감 컨설팅을 해왔으며, 현재 일본 대형 컨설팅회사 젬코(JEMCO)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원가 절감의 출발은 숨어 있는 '잠재 비용(hidden cost)'을 찾아내 이를 계량화하고 그 규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 비용은 도처에 널려 있다. 간부 책상 위에서 잠자고 있는 보고서, 무의미한 대책회의, 불량품이 야기한 소비자 불만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기업 컨설팅 경험을 통해 느낀 점도 털어놨다. 그는 "일본 기업과 비교한다면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서로 긴밀한 공조체제를 이루지 못한 것이 한국 기업의 최대 약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평생을 원가 절감에 종사한 컨설턴트답게 인터뷰 시간인 오전 9시 정각에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원가 절감이라고 하면 막연하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화이트칼라 원가 절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인력 배치를 효율화하는 등 직접 코스트를 줄이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화이트칼라 업무결과로 인한 '기회 손실'코스트의 절감이다. 화이트칼라에 의해 신제품 출시 계획과 개발작업이 진행되므로 이 작업이 효율적이지 못하면 생산 현장에서 손실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기획 단계에서 신제품 수요 예측에 실패해서 생산 현장에서 과잉 생산하는 경우다. 그게 바로 기회 손실 코스트다. 기업은 기회 손실 코스트를 제로(0)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두 가지 원가 절감 과정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 비용'을 끄집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잠재 비용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샐러리맨들은 기업의 인건비를 자기 봉급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에서 부담하는 인건비는 봉급의 1.7~2배 수준이다. 일본 대기업 기준으로 보면 시간당 1만엔 정도로 본다. 도요타가 원가 절감으로 유명한데, 이 회사는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부품을 가지러 갈 때 한 걸음을 움직여야 할 것을 두 걸음, 세 걸음을 움직이면 낭비라고 본다. 작업자의 움직임까지 봐야 하는 것이다.
불량품도 잠재비용이다. 흔히 10만개 중에 불량이 100개 나왔다면 불량품 100개만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불량품 100개 나오기까지 쏟았던 제조 과정, 기계의 감가상각, 인건비, 고객 불만까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 이를 '뒤처리 비용'이라고 한다. 여태까지 기업들이 방치한 채 몰랐던 비용이다. 미쓰비시 전기가 뒤처리 비용을 추적해보니 6개월간 680억 엔이란 숫자가 나왔다."
―샐러리맨들은 자기 업무에 따르는 진정한 비용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후지은행(현재 미즈호은행)을 컨설팅 한 적이 있는데, 지점에 가봤더니 본점에서 요구하는 서류 작성에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었다. 지점은 소비자와 접촉해서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본점의 서류 작성 요구로 인해 지점 직원들이 서류 한 건당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이 은행 지점에서 본점으로 서류를 올릴 때 서류면 머리에다 서류 작성에 든 시간 비용을 표시하도록 했다. 서류 작성자가 판단하기에 그 시간이 10만엔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바로 10만엔짜리 서류인 것이다. 본점 스태프가 무심코 서류를 요구하다가 표시된 비용을 보고 나서는 서류 요구를 줄이게 됐다. 그런 식으로 했더니 지점의 서류 작성 부담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일본 기업들의 원가 절감 노력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나?
"이젠 단순히 가격만 싸다고 해서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19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박리다매(薄利多賣)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 소비자들은 이제 싼 물건이 아니라 좋은 물건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0년을 전후로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이 일본으로 돌아왔다. 물론 일본에서 생산하면 해외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해외에서 생산할 경우 품질 저하에 따른 고객 불만, 브랜드 손실 등 잠재 비용이 늘어난다. 결국 일본 내 생산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특유의 혼을 담은 상품 만들기를 일컫는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 범위도 넓어졌다. 예전엔 제조업의 생산 현장만을 의미했으나 최근엔 생산·개발·구매·마케팅·판매·서비스·폐기물처리 과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요즘 일본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가장 최근의 이슈는 전후(戰後)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퇴장이다. 일본 기업들은 고도 성장을 일군 이 세대의 지혜를 다음 세대로 제대로 인수인계 하는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단카이 세대 인수 인계가 원가 절감과 어떻게 연결되나?
"(웃으며) 이들 세대들이 한꺼번에 퇴장한다고 보자. 업무 매뉴얼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걸로 인수인계 작업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 그것 외에도 배워야 할 것은 많다. 후배들은 나중에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안 적어놨냐'고 원망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선배들은 '너무 당연해서 문서화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대간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수인계도 원가 절감 활동의 중요한 일부가 되는 것이다.
(잠시 생각한 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 공장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그 배경을 분석해보면 작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절차에 대해 주의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매뉴얼에는 없는 내용들이다. 기업들마다 그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에 할당 식의 가격 인하를 통해 원가 절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원가 절감 과정에 협력업체를 어떻게 동참시킬 수 있나?
"우리가 흔히 자동차회사라고 부르지만 따지고 보면 실제로 자동차를 제조하는 게 아니라 부품을 사 모아 조립하는 회사다. 진정한 제조사는 기술력 있는 부품 메이커들인 것이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협력업체와 기술을 공유한다. 함께 기술 개발을 하고 공동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다. 개인적으로 이게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본다."
―한국 기업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것 같다. 한국 기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한국 기업에 대한 컨설팅 경험이 꽤 있다. 기술력 있다고 평가 받는 한국의 한 중소기업을 컨설팅 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이 회사 사장이 '우리 회사 제품을 납품 받는 대기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어렵게 원가 절감을 해서 납품 가격을 내렸는데도 대기업이 구매량을 늘려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렇다고 품질을 올리길 바라는 건지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대기업의 경영 방침과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셈이다. 대기업은 협력업체와 호흡을 함께 해야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의 화이트칼라 생산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화이트칼라를 뜻하는 스태프 조직 규모에 관한 한, 유럽·미국 회사들은 일본이나 한국 기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요즘 일본 기업들도 이를 깨닫고 많이 축소했지만 아직도 업무 스피드가 늦다. 그런 의미에서 화이트칼라 업무 개혁은 필수다.
그런데 한국 기업을 컨설팅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기업들은 경영 성과가 좋지 않으면 스태프를 정리해고 하는 데만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문제는 하던 업무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이 기존 일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잔업이 늘어나고 개인별 업무량도 증가해서 힘들어진다.
진짜로 사무 생산성을 높이려면 업무를 재조정해야 한다. 정말로 필요한 일만 하자는 소리다. 사람 수만 줄여서는 경영 성과를 높일 수 없다."
―화이트칼라들은 회의를 많이 한다. 회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임원의 근무 시간 중 4분의 1이 회의인 회사도 봤다. 회의를 하다 보면 회의 목적에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문제점에 대한 회의를 하면 책임을 어딘가에 전가하는 것이 회의의 목적인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회의의 진정한 목적은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인데, 실제로 회의를 할 때 그 자리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는 적다.
그래도 최근 일과 시간이 끝난 후 회의를 하는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루 일과를 다보고 오후 5시부터 회의를 하는 일본 회사가 있다. 또 모든 일을 다 진행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때 회의를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