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교실

'기대'에 기대다가 현재의 행복을 놓칠 수도,,,

돌체김 2010. 3. 11. 07:57

훌륭한 인생에 관한 여섯 개의 신화
"이 책은 '훌륭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슈에 대해 접근해보려는 시도다. 책 속에서는 훌륭한 인생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공식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며, 자주 제시되는 중요한 의견들을 짚어보고 손쉬운 일반화의 매력과 약점을 모두 파헤쳐볼 생각이다."

《훌륭한 인생에 관한 여섯 개의 신화》는 '훌륭한 인생'을 놓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신화처럼 회자되는 6가지 명제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인생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통념을 해부한다. 그 명제들은 ▲최고의 인생이란 안락함과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삶이란 가장 행복한 삶이다 ▲훌륭한 인생이란 훌륭한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훌륭한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지표로는 감정보다 이성이 우월하다 ▲참된 미덕과 바람직한 인생 사이에 진정한 상관관계는 없다 ▲진정한 미덕이란 결점이 없는 것이다 등이다.

 
쾌락 추구와 관련해서 저자는 숙련활동 속에서 느끼는 고차원적인 만족감과 TV 시청 같은 평범한 수동적 쾌락을 구분한다. TV를 많이 보는 사람은 자신이 원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 TV 시청은 최소한의 노력만을 요구하는 수동적인 행위여서 사람들은 처음엔 나른함과 정신적 안락을 느낀다. 그것은 약간의 쾌락을 안겨주지만 TV를 보는 시간이 쌓일수록 우울증으로 변한다. 이는 많은 경우 우리가 욕망하는 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수 있다는 증거다. 비슷한 예로 알코올 및 약물 중독자를 들 수 있다. 무언가를 욕망하고 그것이 충족되는 순간의 쾌락에 집착하면 거기에 중독돼 도리어 좌절감만 커진다는 것이다.

행복의 문제도 간단치 않다. 저자는 행복의 가치는 그것을 느끼는 당사자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과의 긍정적인 관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라면 행복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금세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장기간 지속되는, 가치 있는 행복을 원한다면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느끼기에 손색없는 인생을 살아가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노력보다 행복을 앞세우는 것은 말 앞에다 짐수레를 매다는 일이나 다름없다."

다른 한편, 우리는 인생의 어떤 지점에 이르면 현재까지의 모든 문제들이 단번에 해결되고 그때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될 것이라는 믿음에 빠지기 쉽다. 간절한 염원을 담아 '결혼하면' '준비해온 직업을 잡으면' '이번 시험에 통과한다면' 식으로 스트레스와 근심,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지점을 설정한다. 저자는 이를 '훌륭한 평형 상태'에 대한 기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미래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는 현재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많은 디테일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 습관적으로 현재의 행복을 희생시키다 보면 그것을 누리는 능력을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성공을 향해 우리가 선호하는 것들에 집중하여 활동을 해나가되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삶의 질에도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이 비법이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공자·노자 그리고 비트겐슈타인과 칙센트미하이에 이르기까지 철학·윤리학·심리학 거장들을 인용하며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가 결국 강조하는 것은 간단하고 솔깃한 이야기를 뿌리치고 '철학적 처방'을 따라 인생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섯 가지 신화들 가운데는 완전히 잘못된 것도, 전적으로 옳은 것도 없다. 결국 독자들 스스로 훌륭한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