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송년 수필

돌체김 2012. 1. 1. 12:18

 

 

 

 

 

 

 

송년 수필  /  피 천 득

 

 

 

"또 한 해가 가는구나........!"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有限)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새색시가 김장 삼십 번만 담그면 할머니가 되는 인생.

우리가 언제까지나 살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그다지 애석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세모(歲暮)의 정은,

늙어가는 사람이 더 느끼게 된다.

남은 햇수가 적어질수록

1년은 더 빠른 것이다.

 

나는 반세기를 너무 헛되이 보냈다

그것도 호탕하게 낭비하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일주일 일주일을 한해 한해를

젖은 짚단을 태우듯 살았다

민족과 사회를 위하여 보람 있는 일도 하지 못하고

불의와 부정에 항거하여 보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학구에 충실치도 못했다

 

가끔 한숨을 쉬면서

뒷골목을 걸어오며 늙었다

시인 브라우닝이 '베네세라 선생'이라는 시에서 읊은

것과는 달리 나는 노경이 인생의 정상이라고 생각치않는다

그렇다고 시인 예이츠와 같이 사람이 늙으면

허수아비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말을 고쳐서 인생은 사십까지라고

하여 어떤 여인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은 사십부터도 아니요

사십까지도 아니다 어느 나이고 다 살만 하다

백발이 검은 머리만은 못하지만 물을 들여야 할

이유는없다

 

오히려 온화한 데가 있어 좋다

때로는 위풍과 품위가 있기까지도 하다

젊어보이려고 애쓰는것이 천하고 추한것이다

젊어 열정에다 몸과 마음을 태우는 것과같이

좋은게 있으리요마는 애욕 번뇌 실망에서

해탈되는 것도 적지않은 축복이다

 

 

-  피천득 님의 수필집 에서  -

 

출처 : 황금돼㉨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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