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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닝
돌체김
2013. 3. 10. 08:10
언젠가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가장 비극적인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다 문득 어느 책에서 본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무엇인가 훨씬 더 좋은 것을 얻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 것에 훨씬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뭔가 선택해야 한다면 얻는 것보단 잃지 않는 것을 택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 구조다.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일은 무엇일까. 처음 질문에서 '인간'을 '부부'라는 말로 바꾸자 꽤 명확해 보이는 답이 나왔다. 어쩌다 보니 아내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 남자, 어이없이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여자, 이보다 더 불행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게다가 아내의 불륜 상대자는 자기보다 못생긴 대머리 중늙은이고, 샤워실에서 그들이 듣던 노래는 사랑했던 아내와 결혼할 때 들은 축가. 남자는 사정없이 분노를 폭발시켰고, 극심한 조울증 끝에 정신병원으로 직행했다. 정신이 불안정해진 그는 법원에서 '아내 접근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인간은 헤어져야 만난다. 겨울이 춥고 혹독하면 다가오는 봄은 따뜻하고 찬란하다는 말만큼이나 빤한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상실의 슬픔 때문에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 하지만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가늠하는 인간의 셈법은 그 당시에는 절대 알 수 없는 미지 영역에 속한다. 시간이 흘러야 간신히 알게 되는 것 중엔 그러므로 사랑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이 끝난 후에야 그 사랑의 처음을 알 수 있듯이...
니체도 말했다. 우울한 말은 우습게 하라! 팻과 티파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