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바람! 봄바람 이어라

돌체김 2013. 4. 23. 11:13

 

 

꽃비 오는 날, 아내의 봄바람을 막는 법

 

적어진 아내 우울증 아니고 '봄바람'이었네
남편·자식밖에 모른다 했더니 아내에게도 인생이 있었네
꿈이 있고 사랑이 있었네 그대의 아내도 여인이었네 

 

♬.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이니라

스님의 콘서트는 인기가 많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중생들의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주었다. 이런 식이었다.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몹시 그리워 딸이 물었다.
"스님, 극락왕생은 정말 있습니까? 어머니가 거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게 맞습니까?"
"따라 하세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이니라."

중생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스님, 그건 목사님들 하시는 말씀 아닌가요?"
"스님이 얘기하면 스님 말씀이지, 그게 왜 목사님 말씀입니까. 그리고 어머니가 극락에 갔다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안 좋아요? 반대로 어머니가 지옥 갔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요, 안 편해요?"

중생은 여전히 미심쩍다. "꿈에 안 나타나시니 걱정이 되어 그럽니다."
"아 글쎄, 극락은 좋은 데예요, 나쁜 데예요? 그런 곳엔 빨리빨리 가시는 게 나아요,

 

안 가고 여기 남아 구천을 떠도는 게 나아요?"
"빨리빨리 가시는 게 낫습니다."
"근데 왜 자꾸 꿈엔 나오시라 그래~에?"
"진짜 극락에 계시는지 알 수가 없어 그럽니다."
스님, 기어이 법당 마루를 내리친다. "그래서 내가 처음에 뭐라 그랬어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아니 극락이 너희 것이니라."
"할렐루야."
 

 ♧그대가 아내에 대해 아는 건 무엇입니까?

목사님의 콘서트도 인기가 많았다. 유치하되, 해법은 오리무중인 부부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이런 식이었다.

"목사님, 요즘 제 마누라가 이상합니다. 말수가 평소의 10분의 1로 줄고, 혼자 배시시 웃다가는 별안간 눈물을 글썽입니다. 애한테 공부해라 잔소리도 안 하고, 주말에 소파 위를 뒹굴어도 바가지를 긁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그럽니까?"
"봄 감기 호되게 앓고 나서 그럽니다."
"감기 앓을 때 뭐 잘못한 일 없습니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안 나는 게 아니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요."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갔습니다."
"아내가 혹 전에 안 매던 스카프를 두르지 않습니까?"
"모르겠습니다."
"혹시 앞머리를 자르진 않았습니까?"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치석 제거를 하지 않았습니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그대가 아내에 대해 아는 건 무엇입니까?"

▣ 우울증 아니고, 바람, 봄바람입니다
"혹시 우울증일까 봐 걱정입니다."
"우울증 아니고, 바람, 봄바람입니다."
"제 아내는 바람이나 나고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남편과 자식밖에 모릅니다."

"자식이 고2라고 했지요? '자식 인생은 자식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깨달음을 얻을 때이지요."
"낼모레 오십인 아줌마가 바람이 나봤자지요."
"낼모레 구십이어도 봄바람 들었다 하면 밥상 걷어차고 떠나는 게 여인입니다."
"나의 아내는 그런 용기와 배짱이 없는 여자입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에덴동산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는 황당한 믿음 때문이었지요."
"어떤 눈먼 남자가 나의 아내처럼 늙고 볼품없는 여자에게 눈길을 줍니까?"
"당신이 예전에 그 눈먼 남자였지요."

"우리 마누라는 페미니스트라, 남자라면 혀를 내두릅니다."
"제아무리 철(鐵)의 여인도 벤치에 손수건 깔아주는 남자, 눈 맞춰 이야기 들어주는 남자에겐 '올킬'하는 법입니다."
"천사 같은 남편, 토끼 같은 자식을 두고 어찌 그런 짓을."
"천사요? 선수들끼리 왜 이러십니까?"

☞ 믿음은 도(道)의 으뜸이요                                                                                           

"피아노를 치며 '오 솔레미오'라도 불러야 할까요?"
"거짓 사랑은 혀끝에 있고, 참사랑은 손끝에 있나니."
"돈 버느라 허리가 휘는데, 이제 마누라 바람날까 눈치까지 보란 말입니까?"
"그대의 마누라가 '내게도 애인이 생겼어요'라고, '언젠가 그 사람 소개할게요'라고 노래를 불러야 정신을 차리렵니까?"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기억해내세요. 그 옛날 꽃보다 아름다웠던 아내가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 어떤 시집을 읽고, 어떤 영화를 보고 울었는지. 찬장에 숨겨둔 아내의 일기장엔 뭐라고 적혀 있는지. 그런 다음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세요. 그 이야기를 다른 남자가 들어주기 전에."
"그렇게만 하면 봄바람은 막을 수 있는 겁니까? 집을 뛰쳐나가지는 않겠습니까?"

"따라 하세요. 믿음은 도(道)의 으뜸이요, 공덕의 어머니라. 생사(生死)의 강을 건넘에 있어 믿음이 곧 계(戒)의 뗏목이 되리니."

"목사님, 그건 스님들 하시는 말씀 아닌가요?"

"아, 목사님이 얘기하면 목사님 말씀이지, 어째 스님 말씀이에요. 잘살아보자는 데 지금 예수님, 부처님 가릴 처지예요? 여자들 봄바람부터 막아야 할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