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알고 있다
식물은 알고 있다(대니얼 샤모비츠)
새롭고도 신기한 현상들을 계속 접하면서도 근본 원리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신비주의의 유혹에 끌린다.
근육도 없는 미모사는 어떻게 건드리자 마자 잎을 닫을까.
새싹은 어떻게 햇빛을 향해 줄기를 뻗을까.
개나리는 봄이 오고 꽃을 피울 때가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옆의 식물이 곤충에게 먹히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서 방어 화학물질을
다량 생산하는 것일까.
이렇게 환경의 자극에 반응하여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식물도
동물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반응 방식은 다르다. 동물에겐 뇌가 있다.
뇌가 있기에 의식하고, 파악하고 대처한다. 하지만 식물은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알고 행동하는 것일까.
인간과 식물을 직접 비교한 것이다. 인간은 눈으로 보는데, 식물은 무엇으로
세상을 볼까. 인간은 뇌로 기억하는데, 식물은 무엇으로 기억을 할까.
신비주의에 기대지 않고서도 이런 의문들에 답할 만큼 과학적 연구 결과가
쌓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식물과 인간은 빛을 감지하는 데 쓰이는 비슷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또 근육을 움직이는 인간의 신경이든 잎을 닫는 미모사든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기본 원리는 같다. 기억도 동일한 세포학적 과정을 통해
후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물이 인간 못지않게, 아니 때로는 인간보다 자기 환경을 더 잘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다'라는 단어를 식물에 맞게
정의함으로써, 식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