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카르페 디엠

돌체김 2013. 9. 8. 09:00

 

 

욕망 권하는 사회에 맞설 무기는?

 
우리도 안다. 넘치는 건 모자람만 못하다. 세상만사 안 그런 게 없다. 다만 알긴 아는데

뜻대로 안 된다. 살짝 부족할 때 숟가락을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지불식

간에 감정을 터뜨리고 후회하는 일도 숱하게 많다. 자기 절제, 자신을 다스리는 일은 말

처럼 녹록지가 않다.



저자가 볼 때 현대사회는 이런 자기 절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긴 주위를 둘러

보라. 군침 도는 먹거리부터 근사한 옷과 가방, 날렵하고 매끈한 자동차….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하루 종일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술은 줄여야겠고, 담배는 끊어야겠고, 살은 빼야겠는데…. 물론 이런 절제에 성공하는 이들도 꽤 된다. 하지만 옛날, 아니 바로 인터넷이 흔하지 않던 십수 년 전만 떠올려보자. 지금의 인터넷 중독은 고민할 필요도없었다. 아예 존재조차 하질 않았으니. 세상이 발전할수록 유혹은 점점 늘어나고 강력해진다.

미국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로 여러 소설과 논픽션을 쓴 저자는 이런 뜻에서 현 시대를 ‘과잉의 시대’로 명명한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자기 절제 사회’가 아니라 ‘과잉 시대의 자기 절제(Self-control in an Age of Excess)’다. 자기 절제를 무너뜨리는 유혹은 넘쳐나고 그로 인해 인간의 욕망도 흥청거리는데, 어떻게 해야 이를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을 까를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책은 전반부 상당량을 할애해 21세기가 얼마나 자기 절제가 힘든 시대인지 갈파한다.

하지만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 인간의 본성 자체가 쉽게 통제력을 잃는다는 점도 놓

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는 게 ‘시간적 비일관성’이라는 심리학적

요인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때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자기 합리화에 도가 텄다는 얘기다. 정신이 말짱한 낮에는 금주를 결심했다가도, 업무에 지친 저녁에는 열심히 일했으니 술 한 잔은 작은 보상이 아니겠느냐며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비일관성이 삶을 적절히 버텨내는 윤활유로도 작용하지만, 절제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고약한 악마인 셈이다.

‘자기 절제 사회’는 참 요상한 책이다. 일단 범주를 규정하기가 힘들다. 온갖 분야의

다양한 지식이 버무려져, 철학서적도 문예비평서도 과학책도 아닌 책이 등장했다.

그러 다보니 작가의 현란한 드리블은 멋들어지지만 정작 어느 골대를 노리고 있는 건지는 아리송하다.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장의 제목도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에 충실하라)’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