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아름다운 것은
행동하는 옵티미스트의 '잘 살아보세'
긍정적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 행복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진정한 긍정주의자라면 반드시 실천이 필요하다.
살아 있으면 좋은 삶이다
"긍정에 대한 오해가 많아요. 인생을 다 좋게 보는 것을 긍정이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사실 학문적으로는 틀린 얘기거든요. 인생에 포지티브 폴(Positive Pole, 극단적인 긍정)이나 네거티브 폴(Negative Pole, 극단적인 부정)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삶이 있는 거거든요. 좋은 삶, 굿 라이프 말이에요. 그러니 존재한다는 거 자체가 긍정적인 거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 했다. 삶은 양분되는 것이 아니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긍정이다. 거꾸로 부정적인 삶은 존재치 않는다. 행복하지 않은 삶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삶 자체가 없는 것이다. 마치 마음의 질병으로 고통 속에서 지내는 그의 환자들이 '살아 있는데 살아 있는 거 같지 않다'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는 통상적으로 얘기할 때 밝게,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 같고요. 원래 태도와 기질이 그랬는데, 살면서 '좀 잘 살아야겠다.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비록 지금도 보통 사람들이 얘기하는 긍정적인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삶의 프레임을 바꿔라
그는 어느 행복 전도사의 자살을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삶이 힘들 때, 내가 죽을 것만 같을 때,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힘이 들 때, 그때도 어떻게든 버텨야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죽고 나면 행복이고 뭐고 다 소용이 없는 것이다.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있잖아요. 베트남전 당시 포로 수용소에 수감됐던 스톡데일 장군에 따르면, 곧 풀려날 거라고 믿었던 긍정적인 사람은 결국 상심해서 죽어갔고, 그저 자기 삶을 받아들이고 팔굽혀펴기 하며 자기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은 살아남았답니다. 이른바 현실적 긍정주의가 힘이 세다는 의미거든요. 삶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결국 긍정한다는 것은 수용한다는 것, 다시말해 '예스'인 거죠. 좀 밝게 보지 않더라도 사실을 수용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삶이 나아진다는 거지요."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잡혀 약 8년간 복역하다 구출된 미군 스톡데일 장군은 포로 수용소에서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은 비관적인 사람이고, 그 다음으로는 낙관적인 사람들이 죽었다고 전했다. 반면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대책을 모색하던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지나치게 긍정만을 추구하고, 긍정만이 만사형통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긍정과 부정이 저울에 올려놓고 균형을 잡아가면서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그 절묘한 감각을 발휘하며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부정적인 인식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이에게 삶은 이미 그 자체로 너무 무겁다.
"삶 자체가 절대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가진 프레임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되는 거지요. 정신과 의사로 살다 보면 부정적인 프레임 때문에 자살에 이르게 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자신의 삶을 보고 있기 때문에 고통받는 거지요. 치료를 해도 마찬가지예요. 우울증 척도 30점이 0점이 되면 정말 나아진 걸까요? 그 사람이 자기 삶에 있어 네거티브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한 우울증은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서 발표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알려주었다. 우울증은 비교적 재발률이 높은 병이다. 그런데 연구를 해보니, 얼마나 심한 우울증에 걸렸느냐가 재발의 척도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삶의 목적, 영성, 가치감 등과 같은 긍정적인 요소가 적은 사람들, 다시 말해서 부정적 프레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재발률도 높았으며 치료 기간도 길더라는 것.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아주 의미 있는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로서 이야기하자면, 삶을 정상적으로 행복한 상태로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치료는 물론이고 환자가 가진 삶의 프레임에 변화를 주어야만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치료만큼이나 삶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옵티미스트를 만나는 법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는 긍정심리학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긍정적인 자세와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가 행복인데, 지나치게 성취만을
강조하는 자본주의적 기업 문화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그냥 밥만 주고 일자리만 얻어준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확립하고 삶의 프레임을 바꿔주어야 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편안한 관계를 맺는 사람은 1백50명 정도라고 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그 인원이 더욱 늘어났겠죠. 개인적으로는 저처럼 사회적으로 액티브한 사람은 5백 명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0만 옵티미스트를 양성만 한다면 5천만 우리 국민 전체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상상해보는 거지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사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충실한 삶을 살다 보면 매일매일 발전하고 나아질 수밖에 없고, 또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남을 돕는다. 옵티미스트 클럽의 ABC는 긍정심리학의 전부를 담고 있다. 이 모두를 실천하면 자연스레 행복으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
"한 인간에 대한 온전한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하려면 가정을 이루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도 됐지요. '가정은 사랑을 배우는 곳'이에요. 그래서 결혼은 해야 하나 봐요. 왜, '나쁜 사람'을 일컬어 '나 (혼자)뿐'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가족 덕분에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도 배러 앤드 배러하는 거지요."
"특별히 '이렇게 하면 행복해진다' 이런 공식이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냥 삶이 행복한 거잖아요. 물론 불행한 순간도 있죠. 하지만 그건 결국 과정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게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힘든 일이 있더라도, 불행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자녀 문제에 대해서도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내가 생명을 준 아이가 살고 있는 삶 자체가 행복이다. 그러니 어떤 때는 사고를 치고, 어떤 때는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해도, 이런 것들은 단편적인 거라 여기고 넘길 수 있어야 한다. 기다려주고 인정해주고 참아내면 부모나 자식이나 행복해질 수 있다.
가을 음악회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집니다. 음악이 우리의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지요. 소리에 민감한 측두엽은 물론이고요. 상상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가사는 후두엽을, 리드미컬한 음악은 전두엽을 자극합니다. 자극을 받은 뇌에서는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고, 엔도르핀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마약과 같은 물질입니다. 통증을 없애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지요. 음악으로 생기는 이런 뇌의 변화를 관찰하면, 놀랍게도 행복을 느꼈을 때의 변화와 같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까요? 즐거운 음악은 보통 장조의 빠른 템포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단조의 느리고 슬픈 음악도 역시 카타르시스를 통해 행복에 기여합니다. 그렇다면 클래식이 좋을까요, 아니면 가요나 힙합이 좋을까요?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클래식이 훨씬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음악 역시 기분을 상승시켜주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헤비메탈이나 힙합같이 시끄러운 음악은 자율신경계를 지나치게 항진시키기 때문에 나이가 들거나 심혈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겠지요.
음악의 종류에 상관없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감상법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회에서 현장의 생생한 음악을 듣는 것입니다. 콘서트에서 듣는 라이브 음악이야말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음악이 갖고 있는 장점과 더불어 같은 취향의 음악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과 사회적 유대감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올가을, 행복해지고 싶다면 음악회에 가봅시다. 비용이나 시간이 걱정되신다고요? 신문이나 인터넷을 살펴보세요. 무료로 열리는 각종 야외 음악회도 적지 않아요. 또 바쁜 직장인을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거리에서 하는 공연도 많고요. 그것도 어렵다면 노래 잘하는 친구와 함께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음악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