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두 번째 사춘기
남자의 두 번째 사춘기 전략
가장 중요한 게 역할 변화(role change)에 대한 유연한 수용이다. 뛰어난
구질과 체력으로 제1선발투수를 담당하던 선수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를 내주
어야 합니다. 체력은 줄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결판을 내는 마무리
투수로 역할을 바꿔야 합니다. 선발과 마무리를 연결하는 중간계투를 담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중간계투, 야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기억하는 관중은 별로 없지만
그렇게 변한 역할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면 당사자는 강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역할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게 두 번째 사춘기의 중요한
심리 발달 과제입니다. 최고(最高)에서 최선(最善)으로 가치관 튜닝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치열하고 열심히 산 남자일수록 두 번째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통을 크게 앓기
쉽습니다. 평생을 상승 전략만으로 살았기 때문이죠.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기업 인재개발원에 가보면 벽 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상승 전략이죠.
평균 수명이 60세라면 이 같은 상승전략만으로 달려가는 것도 효율적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백 세를 사는 게 남의 일이 아닌 세상입니다. 상승 전략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부드럽고 안락하게 착륙할 것인가 하는 하강 전략이 중요
합니다. 하강 전략은 다시 말해 역할 변화에 대한 수용성을 기르는 거죠. 이를
위해 좋은 방법이 자연과 문화를 즐기는 겁니다. 취미일 수도 있죠. 취미의 사전
적 정의 중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취미를 ‘기른다’고
표현합니다. 취미는 또 다른 힘인 셈이죠. 시간과 돈만 있다고 갑자기 ‘취미력’이
생기진 않습니다.
자연과 문화 즐기기에 몰입하면 상처 받은 내 자존감을 힐링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가’ 하는 개인적 시각에서 통증을 느낍니다. 그러나
자연과 문화에 담겨있는 철학적 메시지, 즉 삶의 상승과 하강, 그 굴곡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느끼면 ‘이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
그리고 인류의 문제’라는 여유로움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새롭게 바뀐 내
위치에 대해서도 부드럽게 수용하는 힘이 생깁니다. 약해지는 게 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라고 삶의 해석이 바뀌는 겁니다.
그러면 신세한탄도 줄어듭니다.
곧 단풍이 지겠네요. 친구와 함께 낙엽을 밟아보는 산행을 하면 어떨까요.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