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생활

친밀감

돌체김 2013. 11. 5. 10:23

 

 

군중 속의 고독, 위장된 친밀감

 

 S씨는 최근 업무가 많아져서 몇 달째 야근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무나 고충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면 소문이 퍼져 인사고과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

되어,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본다. 겉으로는 친한 듯 대화하며

함께 일하고 있지만, 정작 마음속의 얘기는 하지 못한다. 이 덕분에 마음이 허전

하고 답답해져 올 때가 많다. H씨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두렵고 자신이 없다.

동료들을 대할 때에도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나 싶어서 항상 눈치를 본다.

말 한마디라도 다정하게 건네주는 동료를 대할 때는 그나마 마음이 좀 편하지만,

사무적으로 대하거나 무뚝뚝한 사람에게는 먼저 말 건네기도 힘들고 '저 사람은 날

싫어하나?' 라고 걱정을 한다. 자신이 도움이 되지 않으면 왠지 남들이 자신을 무시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항상 웃으면서 남들을 배려하기 위해 애를 쓴다.

직장에서 H씨는 성실하고 일도 잘하고 착하다고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런 말들이 예의상 해주는 말이고 실제로 자신을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늘 이유 모를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친밀함이란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가족들보다 직장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례같은 허전함과 고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고독감을 느낀다는 것은 친밀함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서로 친밀함(intimacy)을 느끼기 위해서는 첫째, 서로 통하는 느낌(connect)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서로 살피고 도와주어야(care) 한다. 셋째는 나눔(share)이 있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있어야 그렇게 할 수 있다. 이용가치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고 그냥 좋은 관계가 친밀한 관계다. 혹시 당신이 특별한 이유없이 단 한 번도 사랑에 빠져 보지 못했고, 상대와 심각한 관계가 될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면 친밀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혹은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다가 자주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면 그 또한 친밀함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삶이 너무 외롭고 지루하다면 그 역시 친밀함의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부부사이의 문제 역시 흔히 성격차이 때문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밀함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친밀함을 방해하는 것들

사회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방해하는 환경이 형성되어 있다면, 개인이 노력해도 친밀함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비의식적 인자들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은 불완전한 주체성, 시기심, 열등감 같은 것들이다.

불완전한 주체성

미국의 정신분석가 에릭 에릭슨은 "주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사람은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했다. '나'가 확실해야 '너'도 확실해진다. 그리고 '나와 너'가 확실해야 두 사람 사이에 인간관계가 이루어지고 친밀한 관계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가 애매하면 상대방과의 관계도 애매해진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과 정상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시기심

시기심은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미모, 뛰어난 능력을 볼 때 억울하고 화가 나는 심리다. 동료가 승진했을 때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반응을 보도록 하자. '정말 잘됐어' 하며 기쁨을 느낀다면 정말 친한 사이이다. 그러나 '세상 참 불공평하다. 나는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나?'하며 왠지 모를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면 시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분석가 멜라니 클라인은 시기심은 타고난 본능이라고 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시기심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클라인 박사에 의하면 사랑과 감사를 통해서 시기심은 극복된다고 한다. 시기심의 치료제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열등감

열등감은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왜곡된 시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생긴다. 직장 동료들 간에도 열등감이 작용하면 친밀함을 느낄 수 없다. 객관적으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열등감에 빠진다. 경쟁이 심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늘 실적이 좋고 잘 나갈 수만은 없다. 그런데 어쩌다가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심한 열등감에 빠져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완벽주의 역시 열등감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사물에 대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느끼게 된다.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다. 자신을 못난이로 생각하면 열등감을 느끼게 되어있다. 건강하게 생각하며 살기 위해서는 성장 과정의 어디에선가 우리의 의식 안으로 들어온 열등감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마음상태를 들여다보는 치료인 '정신 분석적 정신치료'나 '상담' 등이 있다.

친밀함이 주는 긍정적 변화들

친밀함은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 주는 면역세포와도 같다. 친밀함을 누리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라는 바이러스에 강하다. 친밀함은 직장 스트레스, 돈 스트레스, 가정 내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슬프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함께 아파해 주고 격려해줄 사람이 있다면 빨리 회복한다. 친밀함을 누리는 사람은 겨울에 두꺼운 코트를 입은 사람과 같다. 강추위가 몰아쳐도 코트가 따듯하면 끄떡없다. 반면에 친밀함이 결핍된 사람은 코트 없이 겨울을 나는 사람과도 같다.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오들오들 고독감이라는 추위를 탄다. 심할 때에는 우울증이라는 폐렴에 걸리기도 한다.

동료애나 친밀함은 햇빛처럼 인간을 치유한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책망을 듣고

의기 소침해 있는 사람에게 사정을 아는 동료가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감싸 주기만

해도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내가 아는 넌 정말 괜찮은 녀석이야. 스스로 너무 작

아지지 마" 이런 말을 해주는 동료가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직장인이다.

우리의 직장에 이렇게 위로를 주는 동료가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