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사랑의 힘

돌체김 2013. 12. 20. 09:08

 

프란치스코 수퍼스타

폴란드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지하 100m에 소금 2만t을 파내 만든 '성녀 킹가의

성당'이 있다. 광부들은 암염을 깎아 성모상 곁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상을

세웠다. 그의 조각상은 로마 테르미니역 앞에도, 바티칸박물관 로비에도 서

있다. 1979년 주간지 타임은 취임 1년 만에 세계인의 환호를 받는 그를 표지

인물로 내세우며 이렇게 제목을 달았다. '요한 바오로 수퍼스타'.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패러디한 제목이었다.

 

♠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지 8년, 타임이 다시 교황을 '수퍼스타'라고 불렀다.

일흔일곱 살 프란치스코 교황을 '올해의 인물'로 뽑으면서 '70대 수퍼스타'라는

표현을 썼다. 교황이 타임 '올해의 인물'이 된 것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19년

만이다. 타임은 "연민과 동정에 온 관심을 쏟는 가톨릭 교회 수장은 양심을

대표하는 새 목소리"라고 했다. "왕궁에서 거리로 나와 취임 아홉 달 만에

이 시대 의제(議題)의 중심에 섰다"고 했다.

 

♧ 지난 11월 바티칸 성베드로광장 5만 군중에게 강론하던 교황이 중년 남자 앞에

멈춰 섰다. 남자는 신경섬유종증을 앓아 얼굴이 온통 혹으로 덮여 있었다. 교황은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축복하더니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성(聖) 프란

치스코가 길에서 만난 한센병 환자에게 입맞춤했듯. 교황이 청빈한 삶을 닮겠다며

이름을 빌려온 그 성인이다. 남자는 "교황에게 안긴 1분 동안 천국을 경험했다"

고 말했다.

 

♣ 교황이 엊그제 생일에 노숙자 세 명과 함께 미사를 올리고 아침을 들었다. 노숙

자들은 거리에서 "교황 생일 파티에 참석해달라"고 초대받았다. 교황은 밤에 일반

사제복을 입고 교황청을 빠져나가 노숙자를 돌봐 왔다. '깜짝 전화'를 걸어 성폭행

당한 아르헨티나 여자를 위로했다. 유부남 아기를 가진 여자에겐 아기 세례를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콜드 콜(cold call)'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약속 없이

불쑥 방문하거나 전화를 건다는 뜻이다.

 

♣ 소년원생 발을 씻겨 입맞추고, 아반떼만 한 포드 포커스를 타고 다니고, 아이

들과 셀카를 찍고, 트위터 팔로어 1000만명을 거느리고, 올해 12억 페이스북 가

입자들이 가장 많이 화제에 올린 교황. 하느님이 예비하신 '숨겨둔 카드' 프란치

스코 교황이 세상에 부드러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종교는 낮은 곳, 어두운 곳

자리할 때 사랑의 힘을 떨친다. '수퍼스타 프란치스코'는 종교인과 성직

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가리키고 있다.

 

♤ 주여, 저희를 낮은 곳으로 임하도록 인도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