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생명
영원한 생명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의 이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심판은 이러하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
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악을 저지
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
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요한 3,15-21)
살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죽음을 바라보라.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의 여정
안에서 불 뱀에 물려 죽음을 맞이하지만, 높이 매달린 불 뱀을 통해 생명을
얻는다(민수 21,4-9)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십자가에 들어
올려진 예수님을 바라보게 한다. 가장 참혹한 고통과 죽음을 바라보게 하면서
'치유'와 "영원한 생명"이라는 희망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십자가가 우리
안에 자리한 깊은 상처를 바라보게 한다. 가장 처참한 십자가의 죽음을 바라
보게 하여 자신이 겪고 있는 두려움과 절망, 고통과 슬픔, 억압과 좌절의 상처를
어루만지게 한다. 그리하여 예수님을 통해 위로를 얻고 희망을 바라보며 용기와
인내를 배우게 된다.
이런 예수님의 십자가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의 선물'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외아들 예수님을 십자가에 제물로 '바친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무상으로 주신다. 우리는 이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심판"이다. "아들을 믿는 사람", 곧 십자가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희망을
생각하고 생명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하느님의 사랑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이며 "빛으로 나아
가는 사람"이다. 십자가의 선물이 눈앞에 있지만 두려움과 이기심 때문에 자신
의 상처와 아픔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 그래서 주위을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 자"로서 이미 심판을 받았다. 이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
하는 사람이며 "악을 저지르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 사람이다.
심판은 하느님의 결정이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결정하기르 기다리신다. 바라
보고 깨닫고 그래서 결정하도록 당신의 선물을 주신다.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심판은 삶을 변화시킨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삶다운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신다. 날마다 죽음 속에서 살아가지만 죽음을 바라보며
생명을 얻는다.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힘겹게 살아가지만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보며 희망과 용기를 얻고 다시 일어나 오늘을 살아간다.
믿는다는 것은 죽음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길이며, 고통 안에서
용기와 희망의 여유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 길을 걸어가 보자.
† 저희와 함께 머무르시는 주님, 세상 속에서 당신을 바라보게 하소서. 당신을 알고
받아들여, 함께 머물고 계신 당신께 저희 삶을 봉헌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