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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공이 주는 큰행복

돌체김 2009. 7. 24. 08:30

다시 부는 탁구 바람… '2.7g 작은공이 준 큰 행복

실력보다 건강이 부쩍 좋아졌죠

"아우~" "오예!"

22일 오후, 서울 노원구 마들 탁구장은 시원했지만 뜨거웠다. 에어컨을 가동해 시원한 실내는 주황, 파랑, 분홍 등 밝은 색 상의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탁구인 20여 명이 열기를 내뿜으며 '핑퐁핑퐁' 중이었다.

"라켓을 잡는 순간 스트레스 날아가죠, 집중력 좋아지죠, 어느덧 마니아로…"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탁구의 인기가 온돌방이 데워지듯 서서히 오르고 있다. 다른 운동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실내에서 하는 운동인지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칠 수 있다는 것이 탁구의 인기 배경이다. 서브할 때 손목과 팔, 허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운동량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그 때문에 축구 등 격한 운동을 하기는 어려우나 건강관리가 필요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탁구가 뜨고 있다.

탁구장 홍보 사이트인 구장닷컴(www.9jang.com)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에서만 탁구장이 매달 10개 정도씩 생기고 있다. 작년에는 한 달에 2~3개 생겼고, 있던 게 없어지기도 하고 했는데, 올해는 문 닫는 데가 없다고 한다. 탁구대가 대여섯개 들어가는 작은 곳이 대부분이지만, 임대료가 비싸 탁구장 차리기가 힘든 서울과 달리 경기 지역에서는 100평이 넘는 큰 탁구장도 올 들어 10군데쯤 생겼다고 한다.

요즘은 눈에 보이는 사설 탁구장 외에 동사무소나 구청의 주민센터나 공공기관 체육센터 등에서 하는 탁구교실이 훨씬 많다. 국민생활체육협회 전국탁구연합회에 따르면 서울ㆍ경기 지역의 주민자체센터는 80% 이상, 전국의 노인복지관도 대부분 탁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이 단체에서 전국의 조직과 대회 관리를 맡고 있는 엄소연 과장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취미로 탁구를 즐기는 사람이 점차 증가하더니 2000년대 들어 탁구교실이 전국 시ㆍ군ㆍ구 곳곳에 퍼져 탁구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한다. 1년 내내 아마추어들의 크고 작은 탁구대회가 없는 주말이 거의 없는 것에서도 '보는 탁구'에서 '하는 탁구'로의 이러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현재 전국의 생활탁구 동호인은 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요즘 탁구장은 대개 회원제로 운영된다. 탁구 동호회나 클럽들이 탁구장을 정해 정기 모임을 갖고, 탁구장마다 선수 출신이나 코치를 두고 지도해주는 곳이 많다. 전 국가대표 선수 이재철(55)씨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의 이재철탁구장의 경우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신용보증기금 등의 직장인들과, 싸이월드의 탁구동호회 'CUTT', 인터넷 다움 카페 '탁우회' 등이 둥지를 틀고 있고, 이씨가 직접 지도하는 주부 교실 등 레슨도 활발하다.

탁구 동호인 중에는 유독 탁구를 한 후 병이 나았다는 사람이 많다. 22일 마들탁구장에서 만난 박영구(59)씨는 2004년 뇌경색으로 고생할 당시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고 한다. 이날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열심히 탁구를 친 박씨는 "탁구를 시작한 뒤 병이 재발하지도 않고 건강해져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다"고 탁구 예찬론을 펼쳤다.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김정석(47)씨 역시 탁구를 친 뒤 속이 편안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시설 좋기로 이름난 전남 순천의 '기적의 #탁구장(탁구를 통해 건강을 반올림하자는 뜻)'은 탁구공이 여러 개로 보일 만큼 심한 어지럼증으로 고생한 치과의사 신찬호씨가 탁구로 건강을 회복한 후 차렸다.

대학 시절, 강의가 빈 시간에 우연히 발견한 탁구대에서 단 한 번 탁구를 쳐본 것이 전부인 기자는 이날 '5분 체험'을 실시했다. 단양군청 여자탁구단 코치 출신인 마들탁구장 길준방(35) 관장이 개인지도를 해줬다. 길 관장은 탁구를 치기에 앞서 자세부터 가르쳐 주었다. 다리는 어깨보다 넓게 벌리고 몸은 약간 앞으로 숙이라는 게 길 관장의 지시였다. 라켓을 쥐었다. 운동신경이 매우 둔한 편인 기자였지만 길 관장이 쳐주는 공은 그럭저럭 잘 받아냈다. 칠 때마다 "그렇지!" 하는 길 관장의 추임새에 흥이 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말에 나도 본격적으로 배워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탁구 삼매경에 빠진 아저씨 아줌마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대학생 신현호(19)씨였다. 신입생인 신씨는 학교 탁구 동아리에서 탁구에 입문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 개인지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줌마들이 많아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그렇기도 하지만 운동 하나는 해야 겠다는 생각에 탁구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이 탁구장의 주 회원이지만 방학을 이용해 탁구를 배우러 온 초등학생이나 신씨같이 취미로 탁구를 배우는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도 꽤 있어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

그 때문에 동네 탁구장은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길 관장은 "낮에는 주로 주부들이, 저녁 7시 이후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온다"며 "음료수나 맥주 500cc 내기를 통해 친목을 다지는 회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수 차례 열리는 아마추어 탁구 대회에 나가면서 더 친해지기도 한다.

사설 탁구장과 비교하면 동사무소 탁구교실은 다소 연령층이 높다. 그 때문에 의정부 호원동사무소 탁구교실은 눈이 안 좋은 어르신을 위해 하얀색과 주황색 탁구공을 반반씩 섞어 놓았다. 초보와는 뭔가 다른 폼으로 열심히 탁구를 치던 정우인(72)씨는 "적은 돈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배울 수 있어 8년 전부터 탁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사무소에서 요가도 같이 배우고 있다는 정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뽀얀 피부를 자랑했다. "젊은 언니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는 정씨는 젊은이 못지않게 활력이 넘쳐 보였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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