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평창, 위대한 승리] 대한민국, 월드컵 이후 10년만에 '국가 목표' 찾았다

돌체김 2011. 7. 9. 07:38

 

온 국민의 공동 가치 발견, 성장의 동력 끌어올리는 거대한 흐름 만들 때
10년 방황 끝… 선진국으로 진입할 마지막 기회
국격 한단계 업그레이드 - 월드컵 이후 10년간 성장통, 국민소득 2만달러에 발묶여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 2018년 처음으로 인구 감소 더 늦기전에 선진국 진입해야
추격자서 선도자로 - 지식 강국·문화 강국 만들어 코리아를 명품 브랜드로

대한민국은 건국 후 60년 넘는 세월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잘 살아보자'는 일념(一念)으로, 선진국 진입을 향해 전력 질주해 온 것이다. 그 결과 이 나라는 세계가 깜짝 놀라는 '추격자(fast follower)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 10년은 달랐다. 나라를 이끌어온 성장 엔진의 동력이 약해졌고, 종종 국가적 목표를 잃고 갈팡질팡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우리는 심각한 발전통(痛)을 앓아왔다"며 "온 국민이 다시 한번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것을 향해 나아가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 때가 됐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급속 성장의 진통을 앓을 때마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 준 것이 올림픽과 월드컵이었다. 1980년대 터져 나온 민주화 요구로 우리 사회가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을 때 88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었다. 88올림픽은 산업화의 성공과 민주화 시대로의 진입을 세계에 알리는 국가적 목표였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globalization)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글로벌 스탠더드(기준)를 따라잡지 못해 비틀거릴 때 또 한번 이 나라를 하나로 묶어준 것이 2002 월드컵 성공 개최라는 목표였다. 그리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성공시키면서 '우리도 세계무대에서 경쟁해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2002 월드컵 이후 10년간 대한민국은 극심한 성장통을 앓았다.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어줄 공동체 의식은 갈수록 희박해졌고, 대신 갈등과 분열이 우리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십수년째 2만달러의 경계를 오락가락했고, 선진국 진입의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번져갔다.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는 다시 한번 국가적 목표를 점검하고, 선진국을 향해 나아갈 동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 원로와 각계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평창 유치를 계기로 국가 이익에 대한 합의(컨센서스)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게 이번 올림픽 유치의 가장 큰 의미이고 목표"라며 "평창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지금의 국민적 분위기를 우리의 국가 목표를 다시 점검하고 나라의 진로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면우 서울대교수는 "평창은 우리가 위로 올라가느냐, 아니면 아래로 떨어지느냐 하는 기로에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며 "지금 한국은 표류 중이고 5~10년 후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짜증 내고 그런 것이 많은데, 이 정체(停滯)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은 "88 서울올림픽, 2002 월드컵을 통해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국의 국격(國格)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진정한 선진국에 들어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격이 한 단계 올라가려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인구 구조를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로 접어들며, 또 이때부터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며 "경제학자들은 2018~2020년 정도까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면,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영영 선진국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강 교수는 "마침 그해에 온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인데, 이를 기점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기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압도적 표차로 평창올림픽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우리 민족이 힘 합치면 이 세상에 못 이룰 게 없다는 게 입증됐다"며 "지금 우리 내부를 갉아먹는 배타적이고 냉소적이며 콤플렉스 짙은 부정적 기운을 털어내고 우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평창올림픽을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면우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과 구(舊)패러다임의 유통기한이 끝났는데도 오랫동안 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하며, 평창올림픽이 그것을 이뤄내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창의성'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는 "우리나라는 수출 위주의 대기업과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평창올림픽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갖춘 서비스 산업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전성철 이사장은 "지식강국·문화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코리아 브랜드'가 명실상부한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쫓는 '추격자'가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선도자(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내건 슬로건은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다. 대한민국이 평창에서 새 지평을 열기까지는 7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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