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계사년 흑뱀해을 맞이하며...

돌체김 2013. 1. 1. 12:00

 

 

언제나 전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가 아니면 물러날 줄 아는 것, 웅크릴 줄 아는 것, 이것이 뱀으로부터 인간이 배워야 하는 삶의 지혜다. 이 뱀의 지혜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공히 통용된다.

뱀의 탈피 또한 마찬가지다. 낡은 것을 버리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다. 뱀이 고통 없이, 옷을 벗듯 훌러덩 껍질을 벗는 것은 아니다. 안구 및 콧구멍 안쪽, 입 안까지 탈피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말 그대로 전신을 탈피하는, 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일이다. 그때야 비로소 온전한 성장이 가능하다. 눈을 두고 몸만 탈피해서는 그 성장이 온전할 리 없다.

육신의 껍질을 벗는 고통 없이는 인간도 사회도 역사도 성장할 수 없다. 한낱 미물이 이러할진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제 육신의 껍질을 벗는 대신 남의 껍질을 벗겨 성장하려 한다. 제 살 한 줌 겨우 깎아내고는 완전히 새로워졌노라 큰소리 뻥뻥 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인간은 스스로 자연을 극복한 존재라 여기지만 때로 자신들이 떨치고 나왔다고 주장하는 자연만큼도 성숙하지 않다.

계사년은 검은 뱀의 해, 동양에서 검은 뱀은 행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행운이 아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대운도 아니다. 제18대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2013년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뱀과 같이 스스로 허물을 벗어 새로운 몸으로 더 높이 도약하려는 성장에 대한 의지이다.

스스로 허물을 벗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으며, 그만한 인내와 의지 없이는 나 아닌 다른 존재를 품을 수 없다. 경제성장이든 민주주의의 성장이든 성장은 고통을 감당하며 스스로 허물을 벗는, 저 뱀의 겸허한 자세로부터 비로소 가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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