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더디 가도 늦지 않지요
강물이 느리게 흐른다고 강물의 등을 떠밀진 마십시오.
엑셀러레이터도 없는 강물이
어찌 빨리 가라 한다고 속력을 낼 수 있습니까.
달팽이가 느려도 달팽이를 채찍질하지도 마십시오.
우리가 행복이라고 믿는 많은 경우 행복이 아니라 어리석은 욕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우주의 시계에서 달팽이는 느려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 정목 스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중에서 -
"빠름 빠름 빠름~" 서너살짜리 꼬마 아이들도 흥얼거리는 요즘 인기있는 광고 음악입니다.
속도 중독증의 시대, 삶에 브레이크를 거는 법을 잊어버린 한국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꼭 닫힘 버튼을 눌러야 직성이 풀리고, 차가 막히면 속이 타들어가고, 한 손으로 햄버거를 먹으면서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들입니다.
심지어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만났을 때 하는 인사말도 "요즘 바쁘시죠?"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바쁘지 않아도 "정신없죠, 뭐"라고 응수합니다. 은근히 바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내비춰야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바쁘다는 것은 곧 능력이고 미덕이었으며 느림은 실패고 죄악이었습니다.
빠름만을 추구하며 살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생겨났습니다. 목표점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아름다운 주변의 풍경은 눈 밖에서 멀어져 갔으며, 목표점을 향해 전력질주 하다 보니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의 손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남들보다 조금만 뒤처져도 열등감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속도의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져버린 사람들은 패배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찔한 문명과 세태의 속도에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은 '힐링'을 찾게 되었습니다. 패스트 푸드의 대항마로 슬로우 푸드가 생겨났고, 느림의 미학을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같이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토닥여주고 위로해주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여행업계나 식품업계는 불황에 꼭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힐링'이라는 단어가 붙은 각종 상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분명 힐링 신드롬이 반가운 현상임에는 틀림없지만, 요즘엔 힐링이 이벤트나 마케팅 수단이 되어버린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일회용 힐링은 우리에게 바쁜 일상에서의 피로감과 괴로움을 어느 정도 무마시켜 줄 지는 모르지만, 그때 뿐입니다.
진짜 힐링은 자신의 존재를 좀 더 자각하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바쁨 강박'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생의 템포를 한 박자 늦추는 것. 그것이 힐링의 시작입니다.
잠시 미뤄두고 제쳐두어도 큰일나지 않는다.
아침을 차리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고, 아이들이 돌아오면 숙제를 봐 주고… 바쁨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종종거리듯 사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가사일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쫓겨 따사로운 햇살을 즐길 시간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찰나의 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붙잡고 음미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붙잡으세요. 설거지감이나 빨랫감은 좀 미뤄두어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직선보다는 곡선, 일부로라도 돌아서가라
가장 빠른 길이 가장 좋은 길은 아닙니다. 가끔은 뜻하지 않게 들어섰던 길에서 소중한 옛 추억과 조우하기도 합니다. 세상은 여유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또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그 세상의 경이로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영혼의 속도를 조금 늦춰야 합니다.
좀 오래 걸려도 집에서 만들어먹는 기쁨!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어떤 양념과 어떤 재료들이 들어있는지 꺼림칙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루 한끼를 먹더라도,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을 깨끗한 재료들로 정성껏 만들어서 천천히 분명하게 맛을 느끼면서 먹어 보세요. 몸은 건강해지고, 영혼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