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잘 맺는 지혜는 무엇인가.
“『명심보감』에 ‘모든 일에 인정을 남겨두면 훗날에 좋게 만나는 수가 있다(凡事留人情 後來好相見)’는 말이 있다. 좋은 헤어짐도 있지만 서운하게 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절교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해 험담을 하지 말아야 한다. 증자는 부인과 헤어지면서 ‘부인이 부모에게 배를 제대로 못 삶아 드리기 때문’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다른 명분을 얘기하면 다른 사람이 부인을 데려가지 않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가.
“『춘추』에 나오는 얘기다. 정나라에 자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상관이 자산 아닌 다른 사람에게 큰 고을을 맡겼다. 그 상관은 ‘큰 고을을 맡겨 행정 하는 법을 배우게 한 뒤 정치가로 키우려고 임용한 것’이라고 자산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자산은 ‘누군가에게 고급 비단을 선물받았다면 어떻게 비단옷을 만들 생각이십니까’라고 물었다. 상관은 ‘최고의 사람에게 맡겨 비단옷을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자산은 ‘비단옷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고을이 중요합니까’라고 되물었다. 비단옷은 훌륭한 재단사에게 맡기면서 고을은 경험 없는 인물에게 맡긴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도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본인이 반듯해야 한다.”
-‘죽는 순간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초나라의 한 정치가가 공자의 제자인 자로에게 ‘공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자로는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할 수 있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뒤에 자로가 공자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하자 공자는 ‘학문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열심히 하고, 깨달으면 즐거워 근심을 잊어 늙음이 닥쳐오는 줄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한다(子曰 女奚不曰 其爲人也 發憤忘食하고 樂以忘憂하여 不知老之將至云爾오). 이렇게 공자조차 평생 공부를 했다. 추사 김정희의 서재 이름은 ‘부지 노지 장지실(不知 老之 將之室)’이다. ‘열성을 갖고 정진을 계속하면 노년이 다가옴을 느끼지 못한다’란 뜻이다.”
-자기 자신을 알려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자기 자신을 알려면 우선 겸손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 독서를 해야 한다. 특히 고전 읽기를 권한다. 고전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비판적으로 읽혀왔다. 수천 년간 생명을 유지해온 건 그만큼 깊이와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주역의 ‘길흉(吉凶)’에서 최고의 괘는 무엇인가.
“주역은 원래 64개의 괘로 길흉을 밝혔다. 아무리 좋은 것도 나쁜 측면이 있다. 64괘 중에서 가장 좋은 괘가 왜 ‘겸(謙·겸손)’인지 깊이 새겨야 한다. ‘높은 사람이 겸손하면 더욱 빛이 나고, 낮은 사람이 겸손하면 도저히 밟고 넘어갈 수 없다’고도 한다. 높은 곳으로 가길 원하면 낮은 곳으로 가라는 구절도 새겨볼 만한 말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말은 『대학』의 기본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다. 우선 말이 잘못돼 나오면 돌아오는 말도 반드시 잘못돼 돌아온다. 세 치 혀는 칼보다도 무섭다. 말은 아껴야 한다. 둘째, 이치에 안 맞게 들어온 재물은 반드시 어긋나게 나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꼽을 교훈은.
“‘개과천선(改過遷善)’이다. 제나라의 명재상인 안영에게는 비서가 하나 있었다. 이 비서의 부인이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안영 재상은 길을 갈 때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걷는데 그를 모시는 당신이 으스대고 눈을 부라리는 걸 보고 실망했다’며 ‘그런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것이었다. 그 비서는 자신을 고쳐 겸손한 사람이 됐다. 안영은 그를 중용했다. 이처럼 개과천선, 즉 자신을 고치려는 피나는 노력이 새로운 인생을 만든다.”
-힐링 열풍이 전국에 불고 있는데.
“즐겁다, 슬프다, 이런 감정만 좇으며 살면 안 된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려면 고생을 감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없이는 뭔가를 이룬다는 게 불가능하다. 인생은 잘나가다가도 고꾸라질 때가 온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거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올라간다. 이런 사이클을 견디지 못하면 안 된다. 하강곡선에서도 내 의지만 강하면 된다.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인생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거다. 사람의 마음은 작게 쓰면 바늘 하나 꽂을 곳이 없지만 마음을 크게 먹으면 우주를 담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정직하고 겸손하며 작아도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이 찾아온다. 고난을 두려워 말라.”
-노년을 잘 보내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운동도 나이 들수록 점차 쉽지 않다. 따라서 독서를 권하고 싶다. 요즘은 의료기술이 발달해 오래 사는 것 자체가 문제다. 70~80세가 되면 치매가 온다. 그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옛날엔 일찍 죽으니 치매 걱정이 없었고, 자식들이 부모를 잘 받들었다. 지금은 자식들이 노부모를 실버타운에 보낸다. 상속제도를 바꿔야 한다. 원래 제사 모시고 부모를 받들라고 상속이 있는 것인데 지금은 그냥 후손이라고 해서 받는다. 이건 서구식도 아니다. 자식 잘되게 하는 건 재물 물려주는 게 아니다. 돈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대신 어려운 데 베푸는 쪽으로 상속 문화를 바꿔야 한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조선 후기의 문신 성대중은 ‘제일 행복한 사람은 본인이 은덕을 많이 베풀었으나 아직 보답을 받지 못한 사람이고, 가장 불행한 사람은 덕을 쌓지 않았는데 많이 받아먹은 사람’이라고 했다. ‘덕은 갚지 않음이 없다(無德不報)’는 말도 있다. 행복한 인생은 바로 베풀고 사는 것이다. 남는 게 있다면 남에게 베푼 것만 남는다. 내가 베푼 게 있어야 자식도 잘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한 사람의 삶만이 아니라 그와 타인들의 관계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인간은 ‘도’를 해야 한다고 공자는 말했다. 그 도가 뭐냐 하면 ‘길 도(道)’자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간으로 가야 할 길을 따라가다 숨지는 게 인생이라고 보면 된다. 자아를 인식하며 살아가다 기운이 다하면 가는 게 인생이다. 인생이 특별히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는 게 아니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