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째 받은 사과
채점한 시험지를 받았다.
동그라미 사이사이에
그어진 빗금들
틀린 게 셋이나 된다.
그래도 괜찮다.
빨간 동그라미는 사과,
빗금은 꼭지,
꼭지 달린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빗금이 많아도 걱정 없다.
사과를 가지째 받았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 백우선
우리는 채점한 시험지를 참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그리고 입사 시험에서 승진 시험까지. 생각해 보면 삶이라는 시험지를 날마다
받고 있으니 채점한 시험지를 평생 받으며 사는 셈이다. 맞은 답에 빨간 색연
필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으면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받아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틀린 답에 쳐진 빗금은 흉터 같아서 얼른 지워버리고 싶어진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세상도 바뀌는 법. 틀린 답에 쳐진 빗금을 사과 꼭지
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꼭지가 달린 싱싱한 사과를 받은 셈이 된다. 빗금이
많으면 사과를 가지째 받은 셈이 된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 해 빗금이
많은 삶을 살았을지라도 실망하지 말 일이다. 꼭지 달린 싱싱한 사과를 받았으
니까. 아니, 가지째 사과를 받았으니까.
한해가 또 저물어 간다. 이룬 것은 없어도 지금 이순간 까지 열심히
일하고 건강하게 가족들과 한해를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평화롭게
마무리하게 한것에 감사드리고 특히,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함께
하였다는 것에 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