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惠園 박영배
울지 마라
분바른 얼굴에 눈물 자욱 서러운 누이*야
꽃 피고 지는 것이 어디,
마음먹고 저지른 불장난도 아닌데
산모롱이 돌다 말고 엊그제를 헤적인들
침침한 그림자들 뿐,
비 내리고 바람 불면
꽃은 저절로 피고 지는 것
가슴만 무단히 아플 뿐이다
설워 마라
연분홍 치마저고리 수줍 던 누이야
벌 나비 오고 가는 것이 어디,
마음 놓고 저지른 꽃놀이도 아닌데
뒤돌아 서서 손 흔들고 발 동동 거려도
봄날을 흔들다 간 노을 뿐,
비 내리고 바람 불면
꽃은 저절로 피고 지는 것
애꿎은 꽃잎만 날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