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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킬리만자로의 표범 - 조용필

돌체김 2007. 1. 11. 16:09

 

  

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힌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 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고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 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내 청춘의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은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 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하리 라라라-


 


  

 

출처 : 킬리만자로의 표범 - 조용필
글쓴이 : 가을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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