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메모가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

돌체김 2012. 3. 6. 11:45

 

위대한 업적의 첫 단추는 메모
메모가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

르네상스 시대 최고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30년 동안 수천 장의 메모를 남겼다. 메모에는 인체 미술 문학 과학의 원리 등이 꼼꼼히 정리돼 있다. 이를 편집하여 묶은 모음집이 1천여 쪽 분량의 ‘코덱스 아틀란티쿠스’다. 비행기 전차 자동차에서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빼곡히 기록돼 있어 철두철미한 메모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천재성은 철저한 메모와 탐구정신에서 나왔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늘 모자 속에 노트와 연필을 넣고 다니면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유익한 말을 들으면 즉시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이동하는 사무실이라 불릴 정도로 장소를 불문하고 메모를 했다. 평생 동안 메모한 노트가 3400여 권이나 된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은 왜적과 싸워 23전 23승으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그의 승리 요인은 철저한 기록정신에 있다. 이순신은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1592년 1월 1일부터 전사 이틀 전인 1598년 11월 17일까지 2539일 7년간의 병영생활을 일기로 기록했다. 그가 남긴 일기가 ‘난중일기’다.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순신은 매일 일기를 썼다. 장군은 기록을 바탕으로 전쟁에 대처했다. ‘난중일기’가 없었다면 충무공은 지금처럼 역사의 영웅으로 추앙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훈은 장군의 기록정신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군을 지휘하는 장군이 임금에게 보내는 가장 정확한 문서가 장계다. 신문사 사건기자가 기사를 쓰듯 6하 원칙에 따라 시간을 먼저 쓴다. 장군의 문장은 아름답거나 철학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장군의 문장을 통해, 나는 그가 사물의 밑바탕을 챙기는 사실적 정신, 사실에 바탕한 힘으로 전쟁을 수행했음을 알게 됐다. 이게 장군의 리더십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실학자 정약용 선생 역시 철저한 메모가였다. 손대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를 공부했다. 경학 경세학 의학 행정 세제 건축설계 토목 분야를 가로질렀다. 18년 유배생활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600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 순수저술 보다는 기존의 지식과 기술을 집대성하여 업그레이드시킨 편집서가 많았다. 방대한 저술활동의 밑바탕에는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조선 최고의 메모광이요 정리광이었다. 다산은 “잘 알아야 정보를 장악할 수 있다”고 제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든 핵심가치를 먼저 챙겼다. ‘무슨 일인가’ ‘왜 하는가’ ‘어떻게 할까’를 물으며 과업의 성격을 파악하고 로드맵을 작성했다. 다산의 메모를 묶기만 하면 책이 되는 순간이다.

번득이는 생각은 찰나다. 말은 귀에 살짝 다가오고는 이내 사라진다. 기억은 자꾸 깎여 언젠가 형체도 없이 스러진다. 관찰은 주변 사물을 살피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메모와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면 무의미해진다. 말 생각 직관 기억 관찰 모두가 메모로 남아야 위대한 업적을 쌓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메모야말로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구체적 실천 노력이다.

무엇으로 나를 기억되게 할 것인가. 누군가 나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나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주저리주저리 음성으로 전하는 것은 취약하다. 내 생의 중요 순간마다 기록한 메모가 나를 대변한다. 메모가 모여 맥락이 되고 맥락은 스토리로 완성된다.

대부분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메모를 잘 한다. 학습력이 부족한 아이는 노트 필기 하나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노트 필기는 선생님이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이고 메모는 작성자의 주관적 판단력이 가미된다. 무엇이 중요한지 간파하고 핵심내용을 선별해 자기 방식대로 기록하는 것이 메모다. 학습력이 좋은 아이는 필기와 메모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자신의 노트를 일목요연하게 꾸며나간다.

꼼꼼한 메모의 미덕을 셋으로 추리면 첫째, 머릿속이 편해진다. 메모를 한다는 행위는 이미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을 구분해 편집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중요치 않는 것은 깨끗이 잊고 중요한 것에서 핵심가치를 챙긴다. 둘째, 메모는 미래지향적이다. 메모한다는 것은 비망록으로써 과거의 기록으로만 치부되기 쉽다. 과거는 미래로 연결돼 의미가 살아난다.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메모는 미래 비전으로 연결된다. 약점과 결점을 극복하려는 메모는 현재의 나를 더 나아진 존재로 이끈다. 셋째, 메모가 손에 익으면 ‘인생 설계도’가 절로 그려진다. 정보를 수집할 때는 가치 있는 정보인지 먼저 판단한다. 메모를 한다는 것은 재활용하기 위해 키워드를 찾는 것이다. 메모내용을 날짜별 주제별 분야별 경중완급을 가리면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과제는 명확해진다. 메모하지 않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도 둔감하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스마트시대가 왔다. 현대인 대부분 스마트기기를 휴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메모앱이 수첩과 펜 역할을 한다. 녹음과 촬영 동영상 찍기가 수월하고 편집까지 가능하다. 동시에 이 상황을 지구 반대편에도 전송할 수 있다. 인류는 최적의 메모인으로 등극했다. 성공했거든 메모로 남기라. 실패했거든 그것을 메모하라. 메모는 성공을 성취로, 실패를 도전으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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