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되면 세상이 좋아질 텐데"라는 바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바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몇 차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알아버렸다. 우리 정치판은 점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내쫓는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강고해지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최선을 고르려는 노력보다는 최악을 피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도 '최선' 추구보다는 '최악' 회피 쪽으로 신경을 많이 쏟을 것 같다. 지금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최악의 정치인은 무책임한 선동을 일삼는 정치인이다. 이는 오랜 역사가 입증해온 바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선동가와 선동정치의 뿌리가 서양이나 동양이나 2500년이 넘는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선동가를 뜻하는 '데마고그(demagogue)'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정치에서 생겨났다. 지난 2500년 서양정치사는 데마고그와 그에 맞선 정치인들의 싸움으로 정리해도 흥미로운 지성사를 쓸 수 있다. 이처럼 독버섯과 같은 데마고그들을 시민의 양식과 뛰어난 정치인의 리더십이 결합하여 어떻게 제압해왔는지를 서양의 경험을 통해 살펴보는 것은 우리 안의 데마고그들을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논어나 맹자 같은 동양 고전들을 다시 읽다가 새삼 놀란 것은 동양의 고대사상가들도 끊임없이 선동가와 선동정치를 경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가 흔히 쓰는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이 공자가 데마고그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라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 그렇다면 우리 동양에도 2500년 가까운 선동의 뿌리가 있었다는 뜻이다.
서양의 데마고그에 해당되는 공자나 맹자의 용어는 '향원(鄕原)'이다. 일정한 집단이나 자기 동네 안에서는 그럴싸하게 행동해 좋은 평판을 얻고 있지만 실은 굉장히 위험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향원은 덕(德)을 해치는 자"라고 말한다. 덕은 우리말로 풀자면 '~답다'는 의미에서의 '다움'이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하며, 선생은 선생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그런데 '꼼수'라는 말이 상징하듯 요즘의 '향원'들은 탈(脫)권위주의라는 이름으로 정상적인 권위, 즉 '다움'까지 해치고 파괴하기 일쑤다.
맹자는 공자의 향원 개념을 이어받아 향원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보여준다. 앞으로 우리가 나라의 방향을 정하게 될 연말의 대선에서 최악을 피하려면 참고해야 할 듯해서 인용한다. "향원은 비판하려 해도 딱 꼬집어 거론할 것이 없고, 공격을 하려 해도 정작 공격지점을 찾기가 어렵다. 향원은 유행을 빨리 올라타고 더러운 세상(汚世)에 영합하여 겉으로는 진실해 보이고 청렴한 듯이 행동하기 때문에 대중의 무리는 모두 그를 환호하고 (그러다 보니) 본인 스스로도 자신을 올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맹자는 이것만으로 부족했는지 공자의 말을 추가한다. "나는 비슷한 듯하지만 실은 진짜가 아닌 것(似而非)을 증오한다." 증오까지는 몰라도 내 소중한 주권을 사이비에게 내줄 수야 없지 않겠는가?
데마고그 [demagogue
대중에게 과대한 공약(公約)을 내세운 선동(煽動)으로 권력을 획득 ·유지 ·강화하는 정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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