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던져 주시고
들녘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하명(下命)하여 주시고
남국의 날씨를 사흘만 더 베풀어 주소서.
무르익으라 이들을 재촉하여 주시고, 마지막 남은 단맛이
포도주로 담뿍 고이게 하소서.
제 집이 없는 사람은 다시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이제 고독한 사람은 오래오래 고독을 누릴 것입니다.
밤을 밝혀 책을 읽고, 긴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잎이 휘날리는 날에는
불안에 떨며 가로수 길을 마냥 헤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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