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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스타일

돌체김 2012. 9. 30. 12:02

 

제목『한국: 불가능한 나라』의 의미는.
“두 가지다. 먼저 불가능한 기적을 이뤄낸 나라란 뜻을 담았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란 두 가지 기적을 이뤄냈다. 두 번째는 지금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성공에 대한 높은 기준을 달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교육·평판·외모·경력에서 한국인들은 거의 달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기준에 맞추려 애쓰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살률은 높아지고 행복지수는 낮아지는 것 같다. 강남 대치동의 아이들은 왜 여행용 캐리어에 책을 가득 채운 채 학원에 가야 하는 걸까.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불가능한 목표’에 시달리는 한국인의 모습을 조명하고 싶었다.”

-그 배경은 뭐라고 보나.
“성공에 대한 집착이 아닐까 한다. 대학ㆍ직장ㆍ경력, 심지어 결혼까지 성취해야 할 목표가 돼 버린 것 같다. 1960년대 이후 눈부시게 경제발전을 하면서 다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러다 보니 경쟁이 심화된 것 같다. 영어 열풍도 그렇다. 실제로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대다수 한국 사람마저 ‘영어를 못하면 인생에서 실패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 이코노미스트 같은 유력지도 다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구독 부수는 5000부가량인데 내가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코노미스트 잘 보고 있다’고 하더라(웃음). 지나친 경쟁은 내가 사랑하는 한국인의 기질인 정(情)과 흥(興)에도 맞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뜨겁게 하나가 되던 한국의 모습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해운대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응원하다 보니 인파에 밀려 어느새 물이 허리춤까지 차 올라도 다들 마냥 신나 했다. 그런 에너지가 한국 특유의 힘이다. 여기에다 2004년 제주도 구멍가게 사장님이 보여준 정은 한국인만의 힘이다.”

-외국인이라서 특별히 친절했던 건 아닐까.
“한국에서 몇 년을 살아본 결과 그건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물론 ‘외국인 전용택시’와 같이 한국이 외국인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부분도 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한국이 외국인과 한국인을 더 명확하게 구별하는 건 아이러니다. 사실 ‘외국인’이란 말이 개인적으로 달갑지도 않다. ‘외국인은 결코 우리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것 같아서다.”

-책에서 한국은 ‘방어적 민족주의’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는데.
“한국은 ‘우리’와 ‘남’을 확실히 구분하는 문화가 강하다. 한국 지도자들이 얘기하는 국제화는 ‘미국화’에 가까운 것 같다. ‘선진국은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사고 방식을 자주 접하는데, 이런 방식의 국제화는 한국의 특색을 퇴색시킬 뿐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싸이가 ‘강남 스타일’을 히트시킨 건 외국 팝가수처럼 행동했기 때문이 아니다. 싸이는 한국 가수로서 놀고 웃고 즐겼다. 이게 ‘한국 스타일’ 아닐까. 우리는 한국이 한국이어서 좋다. 한국이 미국 같아서 좋은 게 아니다. 영국 친구들이 오면 우린 포장마차에서 고갈비에 소주 한잔으로 행복하다. 한국과 한국인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목표에 스스로 얽매이는 것보다 ‘한국 스타일’로 즐겁게 흥을 돋우며 사는 게 어떨까. ‘만족’이라는 이름의 기적이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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