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생활

마음의 정리

돌체김 2014. 2. 27. 09:03

 

 

마음의 정리

 

살다 보면 평수에 관계없이 집은 늘 비좁기 마련이다. 평수가 문제가 아니라 물건

들 때문이다. 작은 집에 살다가 큰 집으로 이사 가면 처음에는 넓다고 좋아하지만

곧 물건이 하나둘 쌓이면서 점차 집이 좁게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아는 한 분은 물건 하나를 사면 반드시 하나를 버리기로 아내와 약속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발을 한 켤레 사면 신던 신발 한 켤레는 버리는 식이다.

버리지 못하겠다면 아예 사지 않기로 정했다고 한다. 나도 그 아이디어를 실천해

보기로 하고 우선 봄맞이 정리정돈을 시작했다. 집안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필요 없는 물건부터 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웬걸, 버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물건의 필요성에 대한 식구

들의 의견이 달랐다. 그러다 보니 버리고자 한 목표량의 반의반에도 못 미쳤다.

역시 큰맘을 먹고 버리는 쪽에 두었던 물건을 아까워서 다시 버리지 않는 쪽

으로 분류했다. 그렇게 이쪽으로 놓았다 저쪽으로 놓았다 반복하며 한나절을 보

내다 결국 반을 버리고 반은 살리기로 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 바람에 공간이

좀 생기자 그것만으로도 집이 훤하고 속이 다 시원하다. 이것들을 왜 진즉에 버리지

못하고 끼고 살았는지 혀를 찼다.

지난 주말에는 출국을 앞둔 딸이 짐 싸는 것을 옆에서 거들었다. 가방이 불룩하도록

넣었다가 아무래도 항공사 수하물 규정량을 넘을 것 같다며 다시 빼고, 다음 날에는

그래도 현지에서 꼭 필요할 것 같다면서 다시 넣기를 거듭했다. 그렇게 한참 고민

하다 결국 가장 필요한 우선순위대로 짐을 꾸렸다. 덧셈보다 뺄셈이 어려움을 실감

한다.

하찮은 물건 하나 버리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

까. 내 마음의 방에도 흔쾌히 버리지 못하고 쌓여 있는 묵은 감정들이 참으로 많다.

괘씸하고 섭섭하고 또는 억울하고 노여운 감정들을 그때그때 정리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두었다. 그것들이 남아 있어 내 마음을 어둡고 우울하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버린다는 게 쉽지 않다.

베란다에 있던 짐들을 버리니 햇볕이 더 많이 들어와 집안이 훨씬 밝아졌다. 집안

정리가 끝났으니 이번에는 내 마음의 방을 들여다봐야겠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많이 버릴수록 개운하고 편안해지는 원리를 내 마음에도 적용할 일이다. 산뜻한

새봄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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