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얼마나 사랑하였는가

돌체김 2017. 11. 26. 08:4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천사 미카엘은 한 여인의 목숨을 거두어 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거역했습니다.

어머니를 잃게 될 쌍둥이 어린 아기들이 걱정돼 명령을 어긴 것입니다.

하느님은 미카엘에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다시 돌아오라고 명령하며 그를 세상으로 보내셨습니다.

첫째로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가?

둘째로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째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구둣방 주인인 시몬은 가난하지만 아내와 아들을 둔 그럭저럭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과 달리 세상살이는 팍팍하게 돌아갔고 아내를 위해 털옷을 사려고 했지만 외상도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홧김에 보드카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시몬은 교회당 옆에서 알몸뚱이로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발견합니다.

그는 이제껏 세상이 불합리하고 더럽다고 생각했기에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어쩐지 불쌍하게 여겨져서 자신의 겉옷과 신발을 주고 그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시몬의 아내 마트료나는 시몬에게 욕을 하면서 남편과 그 남자를 내쫓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그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던 데다가 “당신의 마음속엔 하느님도 없소”라는 남편의 말에 마음이 누그러져서 그에게 먹을 것을 줍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부부는 그 남자의 이름이 미하일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정성스럽게 돌봐주는 시몬과 그의 아내를 바라보며 미하일은 첫 번째 질문의 답이 사랑임을 깨닫게 되었고 미소를 보였던 것입니다.

 

미하일은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지만 시몬은 그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합니다. 그리고 미하일에게 구두를 만들고 수선하는 일을 가르치고 자신을 돕게 했습니다.

그는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할 뿐 별다른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큰 부자가 시종을 거느리고 와서는 고급 가죽이라며 보여주더니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오만하게 말을 합니다.

시몬은 자기 솜씨로 그런 장화를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미하일은 무슨 이유에선지 부자를 보고 웃었습니다.

부자는 미하일에게도 시비를 걸며 오만하게 말하다가 그에게 신발을 만들라고 시키고는 떠났습니다.

부자가 떠나자 미하일은 신발을 만들지만 어째서인지 부자가 주문한 장화가 아니라 장례식에 쓰는 덧신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시몬은 이를 알고 나서 크게 놀라 걱정을 하며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종이 돌아와서는 “나리께서 집으로 가시다가 마차에서 돌아가셨다”며 장화 대신 장례식에 쓸 덧신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미하일은 미리 만들어 둔 가죽 덧신을 건네줍니다.

미하일은 그 부자가 찾아왔을 때 그의 뒤에 서 있던 죽음의 천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두 번째 질문의 답이 무엇이 필요한 가를 아는 힘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고 두 번째 미소를 지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6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한 부인이 두 아이를 데리고 아이들의 신발을 만들러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미하일은 평소와 달리 두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한 아이는 한 쪽 발을 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여인은 두 아이의 친엄마가 아니었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마트료나가 묻자 그 여인은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 여인은 쌍둥이 아이의 이웃이었는데 두 아이의 아버지는 사고로 죽고 어머니는 아기들을 낳고 나서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는 죽은 어머니에게 깔려서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부모의 장례를 치르는 걸 도왔고 그 동안 그 여인은 두 아이를 임시로 맡아 키우게 되었습니다.

이때 그 여인은 두 아기 중 두 발이 멀쩡한 아기에게만 젖을 주고 절름발이 아기에게는 젖을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한 아기를 저버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여 두 아기 모두에게 젖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본래 자기가 키우던 아기는 2년 만에 숨을 거뒀고 이후로도 자식을 낳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그 여인은 엄마처럼 두 아기를 계속 키워온 것입니다.

그 여인이 아이들의 신발을 챙기고 떠나자 미하일은 다시금 미소를 지었고 그의 몸에서는 빛이 났습니다.

그는 쌍둥이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고 이 어린아이들 때문에 자신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던 것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이 쌍둥이가 어머니를 잃는 순간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번민했던 자신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이 부인이 엄마 잃은 쌍둥이를 사랑과 눈물로 정성스럽게 키워가고 있는 것을 보며 세 번째 질문에 답을 찾게 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사는구나.

 미하일은 하나님을 모시던 천사 미카엘이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한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그 여인이 바로 쌍둥이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그 여인은 미카엘에게 ‘이 아기들은 엄마가 없이는 살 수 없으니 제발 제대로 클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미카엘은 아이들에게 젖을 물려주고는 하늘나라로 돌아가서 “저는 그 여인의 영혼을 데려올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그래도 데려와라. 그러면 세 가지 뜻을 알게 되리라.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를 알게 되면 하늘나라로 돌아오게 되리라."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미카엘은 여인의 영혼을 빼앗았고 이 과정에서 한 아기는 죽은 엄마의 몸에 눌려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던 미카엘은 폭풍에 휘말려 추락했고 여인의 영혼만 하늘나라로 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카엘 자신은 날개가 부러진 채 교회 옆의 길에 누워 있다가 시몬에게 발견된 것입니다.

 

처음에 미카엘은 시몬의 첫인상을 보고 ‘저런 사람이 날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생각하며 낙심했습니다.

그러나 시몬은 돌아와서 자신을 구해줬고 그의 아내 마트료나도 처음에는 무작정 화를 냈지만 시몬의 말을 듣고 화를 풀고 먹을 것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이때 미카엘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웃습니다.

이후 부자가 좋은 가죽을 가져와서 장화를 만들라고 했을 때 미카엘은 시몬이나 마트료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음의 천사가 부자 옆에 붙어 있는 걸 보았습니다.

이 부자는 자기가 오늘 죽는 걸 모르니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걸 알고 다시 한 번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이 죽을 거라고 걱정했던 두 아이가 이웃 여자의 손에서 잘 자란 것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고 웃었던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알게 되었기에 미카엘은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무엇이 진정 필요한 것인지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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