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을 불러 본지
참으로 오랫만입니다.
오래전에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당신을 기억할 일이 있었던가요?
저에게 당신과 함께 살았던 25년의 기억은
대략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로 연결 되니까요.
어머니!
제가 정월, 추석 명절을 지내는 것이
결혼 후 몇 번째인가요?
한번 세어 봅니다. 아마 삼십여 해...
그건 세어 무엇에 쓰나? 국 끓여 먹나. 무침해 먹나 하시겠죠?
참으로 많은 사건이 있었지요.
그 사건을 다 기억은 못하지만
대략은 눈물의 세월이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의 처사가 원망스러위 눈물,
남편의 몰이해가 미워서 눈물,
시동생들이 힘 들게 해서 눈물, 내 신세가 한탄스러워 눈물,
어머니!
어머니의 지론을 떠 올려 볼까요?
밥은 언제나 넉넉히 하여 누가 오더라도 먹고 갈 수 있게...
명절이나 제사 음식은 넉넉히 남을 만큼하여
온 손님들 모두 한 보따리씩 싸 주어야 직성이 풀리시는분
그 넉넉함의 한계는 무한대~~
많으면 많을 수록 더욱 좋아하시는 분
우리 식구만 해도 열 식구인데...
절보고 어쩌란 말인지...
어머니!
비단 명절이나 제사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사가 다 그런 저런, 남에게 언제나 후한 인심,
그 인심의 뒷 배를 대려면
간장, 된장, 김치 밥은 얼마나 해 댔어야 할까요?
그 인심 때문에 며느리인 제가 얼마나 힘들까는 한번 쯤 생각해 보셨나요?
어머니는 당연한 일로 여기셨지요.
물론 그 시대의 시어머니들이 다 그랬지만요.
그래서 저는 예수님께 원망하며 방자의 극치를...
"예수님, 당신 십자가의 고통이 아무리 커도 제 고통의 무게만 합니까?"라고 항변 했지요.
어머니!
저 그런 세월을 잘도 살아 왔지요.
제가 생각해도 전 참으로 잘도 참고 살았어요,
옛 어른들 말이 '흉 보며 배운다' 하였던가요?
어느새 제가 시어머니가 되어 있습니다.
옛 일은 까마득히 잊고,
어머니 당신을 그대로 닮은 제 모습을 보며
저는 그만 깜짝 놀란답니다.
거기다 보태어 오지랍까지 넓으니 원...
어머니!
올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답니다.
송편과 빈대떡은 넉넉히 해야만
동서들 싸주고, 며느리 친정갈 때 조금 싸주고,
성당 수녀님들 좀 드리고, 반모임 때 나누어 먹고,
또 내가 봉사하는 단체의 식구들과 나누고,
그래도 아직 남았거든요. 아이고! 누가 저좀 말려줘요~~
마지막으로 친정 동생들 싸주고,
싸 주고 싶은 사람들 많아 이 노릇을 어쩝니까?
저도 제 마음을 제 마음대로 단속이 안됩니다.
어머니!
저도 이젠 이짓을 끊어야 하는데...
어머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며느리를 시키지는 않고 아직은 제가 하지만요.
그래도 며느리가 싫어하겠죠?
어머니! 저도 이러고 삽니다. 저 어머니 흉 무지 봤거덩요.
그런데 저도 해보니 오히려 마음의 보자기를
더 크게 만들지 못함이 아쉬울뿐...
어머니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네요.
어머니!
저 잘하는 겁니까?
하늘에서 보름달 만큼 넉넉하고 환하게 웃으시며
'거 봐라. 그래서 시어머니 흉 보는 법이 아니란다.'하시겠죠?
아니예요. 어머니, 시어머니 흉 보는 것은 며느리의 특권이랍니다.
그것은 전승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거덩요(?).
어머니 이젠 제 마음에서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다 사라졌어요.
어머니와 한번쯤은 고부간의 격을 떠나
마음으로 서로를 안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금쯤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미움마져 지금은 그립습니다.
어머니!
언제나 모자람과 아쉬움 투성이로
한 세대가 그렇게 흘러가는가 봅니다.
저는 또 어떤 아쉬움을 후세들에게 남기고 갈지요.
지금이라도 지력과 지혜를 주님께 청하며...
천상에서 하느님과 성인들과 아버님과
늘 평안하세요.
그리고 저희 사는 것 지켜봐 주세요.
어머니!
아마, 추측컨데
내년도 아직 끊기는 이를것 같고
여전히 그렇게 어머니 닮은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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