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사모곡

돌체김 2009. 11. 3. 08:47

 

 

 

어머니!

 

당신을 불러 본지

참으로 오랫만입니다.

오래전에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당신을 기억할 일이 있었던가요?

저에게 당신과 함께 살았던 25년의 기억은

대략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로 연결 되니까요. 

 

 

 

 

 

 

어머니!

 

제가 정월, 추석 명절을 지내는 것이

 결혼 후 몇 번째인가요?

한번 세어 봅니다. 아마 삼십여 해...

그건 세어 무엇에 쓰나? 국 끓여 먹나. 무침해 먹나 하시겠죠?

 

참으로 많은  사건이 있었지요.

 그 사건을 다 기억은  못하지만

대략은 눈물의 세월이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의 처사가 원망스러위 눈물,

남편의 몰이해가 미워서 눈물,

시동생들이 힘 들게 해서 눈물, 내 신세가 한탄스러워 눈물,

 

 

 

 

 

어머니! 

 

어머니의 지론을 떠 올려 볼까요?

밥은 언제나 넉넉히 하여 누가 오더라도 먹고 갈 수 있게...

명절이나 제사 음식은 넉넉히 남을 만큼하여

온 손님들 모두 한 보따리씩 싸 주어야 직성이 풀리시는분

그 넉넉함의 한계는 무한대~~

많으면 많을 수록 더욱 좋아하시는 분

우리 식구만 해도 열 식구인데...

절보고 어쩌란 말인지...

 

 

 

 

 어머니!

 

비단 명절이나 제사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사가 다 그런 저런, 남에게 언제나 후한 인심,

그 인심의 뒷 배를  대려면 

간장, 된장, 김치 밥은 얼마나 해 댔어야 할까요? 

그 인심 때문에 며느리인 제가 얼마나 힘들까는 한번 쯤 생각해 보셨나요?

어머니는  당연한 일로 여기셨지요.

물론 그 시대의 시어머니들이 다 그랬지만요.

그래서 저는 예수님께 원망하며 방자의 극치를... 

"예수님, 당신 십자가의 고통이 아무리 커도 제 고통의 무게만 합니까?"라고 항변 했지요.

 

 

 

 

어머니! 

 

저 그런 세월을 잘도 살아 왔지요.

제가 생각해도 전 참으로 잘도 참고 살았어요,

옛 어른들 말이 '흉 보며 배운다' 하였던가요?

어느새 제가 시어머니가 되어 있습니다.

옛 일은 까마득히 잊고,

 어머니 당신을 그대로 닮은 제 모습을 보며

저는 그만 깜짝 놀란답니다.

거기다 보태어 오지랍까지 넓으니 원...

 

 

 

 

어머니!

 

올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답니다.

송편과 빈대떡은 넉넉히 해야만 

동서들 싸주고, 며느리 친정갈 때 조금 싸주고, 

성당 수녀님들 좀 드리고, 반모임 때 나누어 먹고,

또 내가 봉사하는 단체의 식구들과 나누고,

그래도 아직 남았거든요. 아이고! 누가 저좀 말려줘요~~

마지막으로 친정 동생들 싸주고,

싸 주고 싶은 사람들 많아 이 노릇을 어쩝니까?

저도 제 마음을 제 마음대로 단속이 안됩니다.

 

 

 

 

 

어머니!

 

저도 이젠 이짓을 끊어야 하는데...

어머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며느리를 시키지는 않고 아직은 제가 하지만요.

그래도 며느리가 싫어하겠죠?

어머니! 저도 이러고 삽니다. 저 어머니 흉 무지 봤거덩요.

그런데 저도 해보니 오히려 마음의 보자기를

더 크게 만들지 못함이 아쉬울뿐...

어머니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네요.

 

 

 

 

어머니!

 

저 잘하는 겁니까?

하늘에서  보름달 만큼 넉넉하고 환하게 웃으시며

'거 봐라. 그래서 시어머니 흉 보는 법이 아니란다.'하시겠죠?

아니예요. 어머니, 시어머니 흉 보는 것은 며느리의 특권이랍니다.

그것은 전승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거덩요(?).

어머니 이젠 제 마음에서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다 사라졌어요.

어머니와 한번쯤은 고부간의 격을 떠나

마음으로 서로를 안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금쯤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미움마져 지금은 그립습니다.

 

 

 

 

 

어머니!

 

언제나 모자람과 아쉬움 투성이로

한 세대가 그렇게 흘러가는가 봅니다.

저는 또 어떤 아쉬움을 후세들에게 남기고 갈지요.

지금이라도 지력과 지혜를 주님께 청하며...

천상에서 하느님과 성인들과 아버님과

늘 평안하세요.

그리고 저희 사는 것 지켜봐 주세요.

 

 

어머니! 

 

아마, 추측컨데

내년도 아직 끊기는 이를것 같고 

여전히 그렇게 어머니 닮은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출처 : 사모곡
글쓴이 : 수호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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