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1

광화문거리

돌체김 2011. 1. 18. 08:37
요즘 오랜만에 서울 광화문 거리를 찾고 있다. 거기에 서면 어쩐지 아직도 청춘이 머물러 있어 뜨거운 손을 내밀 것만 같다. 대학 다닐 적엔 학교가 있던 동네보다 오히려 광화문에 더 오래 서성였고, 직장에 다니던 때 또한 약속 장소는 대개 그 거리 어디쯤이었다. 게다가 모교인 중·고등학교조차 그 근방에 있었으니 광화문은 십 대부터 내 온갖 추억이 서린 다정한 거리다.

서른 즈음의 어느 시기에 멀어졌던 광화문에 다시 발길이 닿게 된 것은 얼마 전 그 인근으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변했어도 세종문화회관 주변의 술집들엔 70·80세대들의 정서가 남아있고 90세대까지도 포용한다. 사계절을 각각 상호로 내걸고 있는 카페들, 그리고 거기 모여드는 직장인들을 보노라면 모두 내 형제인 것 같아 콧등이 시큰하다. 격무로 무거워졌을 그들의 양 어깨가 안쓰러워 보듬어주고도 싶다. 한 잔 두 잔 마신 술기운에 두 뺨이 발그레해진 그들은 식솔을 거느린 가장(家長)이라기보다 과거 어느 시점으로 회귀한 청춘이다. 마음이 동하면 주인에게 통기타를 청해 받아 이문세와 김광석을 노래하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는 곳, 광화문.

서른 즈음, 세상이 무섭지 않았다. 청춘은 마냥 머무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무엇이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이었다. 젊음이 내게서 멀어진 지금, 그러나, 그럼에도 광화문은 내 숱한 과거를 지그시 품고 있어 김광석의 노래처럼 '또 하루 멀어져' 가도 그 거리에 서면 설렌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다. 세월이 저 혼자 그렇게 훌쩍,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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